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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앞으로 더는 나빠질 게 없어요. 의지할 곳 없는 저와 아기에게 이렇게 살 곳을 마련해 줘 너무 감사해요."
중국인 왕모(35) 씨는 가정 폭력 등으로 이혼한 이주여성의 그룹 홈인 '명락 빌리지'에 20일 입주해 가져온 짐을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두 평 가량인 방 한쪽에는 가방 보따리가 몇 개 놓였고 그 곁에 왕씨의 18개월 된 아기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명락 빌리지는 서울 관악구 청룡동의 불교 천태종 명락사 근처에 자리 잡았다. 남편과 사별한 중국동포 서모(45) 씨가 지난 10일 입주하기 시작해 21일 이날까지 모두 3가구가 들어왔다. 앞으로 비슷한 처지의 이주 여성 4명과 그들의 어린 자녀들이 더 들어와 살 예정이다. 같은 처지의 사람이 서로 의지하며 자활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왕 씨는 2007년 봄 한국에 왔다가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으나 남편이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소송을 내 최근 이혼했다.
남편이 밉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어찌보면 남편이 저보다 더 불쌍해요. 저는 아기가 있어 희망을 걸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지만, 그는 아무도 없거든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이혼한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유예 기간을 두지 말고 속히 귀화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인이 아니다 보니 법적, 제도적 제한이 너무 많아요"라며 앞으로 기술을 배워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명락 빌리지 지하 1층에는 양문형 냉장고와 항상 밥이 담겨 있는 보온밥통, 식탁 등을 마련한 주방을 갖췄다. 명락사 신도와 후원회가 쌀과 반찬을 공급해 적어도 먹을거리는 끊이지 않게 할 계획이다.
다만, 수도 전기 요금은 입주 가정마다 매달 내게 하고, 순번을 정해 식사 준비 등 주방을 정리하도록 했다.
천태종 복지재단의 김영 사무국장은 "우리 종단이 다문화 가정을 포용하면서 함께 잘 살자고 뜻을 모으면서 이혼한 이주 여성이 가장 급하고 절박하리라 판단했다"며 "특히 서울은 집 값이 너무 비싸 잠자고 쉴 곳이 절실할 것으로 여겼다"고 명락빌리지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원숭이에게 꽃신을 신기면 당장 보기는 좋아도 발바닥의 굳은 살이 빠져 나중엔 걷지 못한다"며 " 일회성, 이벤트성 행사를 하기보다 이혼 이주여성이 당장 힘들어도 자립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자는 뜻에서 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명락 빌리지는 명락사 주지인 무원스님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신도가 호응해 성사됐으며 신자 1명이 자원봉사로 나서 운영을 맡을 계획이다. 심사를 받는 나머지 가정이 모두 입주하면 내달 중 개원식을 할 예정이다.
운영비는 자비의 불빛을 밝히자는 뜻에서 명락사가 추진하는 1만 원짜리 등(燈) 1만 개를 다는 '다문화 1만 등 달기' 시주금과 천태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조달한다.
<사진 있음>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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