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다문화센터

위험스런 <국제다문화학교> 설립 발상을 우려한다

9월 25일 보도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자녀를 위한 정규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인 '지구촌 사랑나눔(대표 김해성)'과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이 주축이 된 '국제다문화학교설립준비위원회'는 2011년까지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국제다문화학교를 수도권에 건립하기로 확정하고 각계 모금을 통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로만 구성된 국제학교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다문화 가정의 학교 부적응과 이탈을 우려하여 다문화 가정 자녀로만 구성된 다문화학교 논의가 계속되어왔다. '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크' 등에선 포천에 다문화 가정자녀로만 구성된 '다문화국제학교' 설립을 목표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주와 부천, 청주 지역에서는 다문화 가정 자녀로만 구성된 '새날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부산지역에서는 '아시아 공동체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운영되어온 대안학교 형태의 다문화학교와는 달리 이번에 발표된 국제다문화학교는 정규교육과정으로 추진될 뿐 아니라, 중, 고등학교로 이어지고, 기능전문학교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것은 다문화자녀들만으로 구성된 별도의 정규 교육기관을 만든다는 점에서 적응과 학습지원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다문화국제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다문화 자녀에 대한 교육이 이런 식으로 가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문화 자녀의 학습부진이나 학교 이탈에 대해 걱정스런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마저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 자녀만으로 구성된 다문화학교가 만들어짐으로서 이들이 '영원한 이방인'으로 만들어질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엄청난 불행의 씨앗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작정 다문화 가정 자녀만으로 구성된 정규교육과정을 만든다고 하니,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전에도 많은 시민단체와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만으로 구성된 대안학교를 추진했던 사례가 있었고, 그런 행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이번에 정규교육과정으로 '국제다문화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분들이 다시 한 번 숙고해주었으면 한다.

(사)한국다문화센터(공동대표 보선, 김의정)에서는 앞서 이민을 받아들였던 캐나다 등 이민국가와 서구유럽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 사회에 맞는 다문화 교육기관을 고민하고 있다. 그들이 왜 별도의 다문화자녀만으로 구성된 정규교육기관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응과 학교적응을 도와주는 형태의 'Orientation Center(오리엔테이션 센터)' '브릿지 교육기관' 'half way course'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연구하고, 또 우리 사회의 상황에 맞는 이주민, 또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사회적응과 학교적응을 돕는 교육기관, 또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교육은 사회와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많은 다문화 가정은 그들의 자녀가 한국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고, 여타의 한국인 자녀들과 동등한 교육기회를 갖기를 원하며, 미래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자라나길 바란다. 결코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다. 그런 점에서 국제다문화학교 설립 문제는 한 번의 이벤트, 또는 센세이셔널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잘못된 접근이 낳을 미래의 불행을 생각한다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만으로 구성된 '국제다문화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분들에게 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2009년 9월 28일

(사)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 보선, 김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