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결혼으로 이루려던 코리안 드림이 깨지고 낯선 땅에서 파경을 맞은 이주 여성들이 자립 기반을 마련하도록 도와주는 쉼터 '명락 빌리지'가 11일 문을 열었다.

이 쉼터는 불교 천태종 명락사가 서울 관악구 청룡동 명락사의 옛 수련관인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의 14개 방을 개조해 만들었다. 남부순환로를 등지고 남향인 관악산을 바라보는 이 곳에는 모두 8가구의 이주여성과 자녀 등 14명이 모여 산다.


<명락빌리지 정문>

지하의 공동 주방에는 식탁과 설거지대, 냉장고, 찬장을 갖췄다. 입주자들은 명락사가 무료로 제공한 쌀로 당번을 정해 밥을 지어 늘 보온밥통에 담아 둔다. 적어도 굶지는 않게 한다는 계획이다. 주방과 계단에는 각자 연락처를 적은 안내문을 달아 깨끗하게 관리한다. 앞으로 6가구가 더 들어올 예정이다.

<공동주방 냉장고 모습>


명락사 주지인 무원 스님은 "긴급 상담전화나 일시보호소는 있지만 명락 빌리지 같은 자립시설은 아직 없었다"며 "우리는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법적인 문제와 보육 문제도 알아봐주고, 직업알선이나 직업교육 등 지원활동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개원식 법어에서 "어떤 스님이 수행을 미루고 어려운 처지의 여인을 먼저 도왔더니 나중에 보니 그 여인은 관세음보살이었고, 그 덕분에 성불했다"며 "중생의 아픔을 생각하고 돕는 것이야말로 부처가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개원식 법회의 정산 스님 법어>


참석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외국인과 한국인이 한 데 어울려 서로 돕고 발전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나눠 달라"면서 "강물마다 이름이 달라도 바다에 이르면 다같은 이름으로 불리듯 우리는 모두 불성을 가진 똑같은 사람이니 분별하거나 차별하지 말고 부처의 자비 사상으로 서로 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명락 빌리지에 사는 왕 모씨는 "이곳에서 생활하다보니 아픔과 고통을 잊을 수 있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 수 있게 됐다"면서 "오늘은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개원식에는 김성식·김희철 국회의원과 김의정 다문화센터 공동대표, 명락사 신도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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