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가고 다문화주의 온다.”

‘단일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내 핏줄만 고집하던 순혈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관공서를 비롯해 대기업과 대학에서 외국인 관료를 영입하는가 하면, 대중문화계에는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10월 현재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10만명을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이 될  전망이다.

본격적인 다문화시대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이참

▲크로포드

지난 7월에는 외국인 출신 최초로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이참씨가 임명됐다. 기상청도 지난 8월 기상청 기상선진화추진단장으로 미국의 케네스 크로포드씨를 영입했다. 문화관광부는 이와 같은 파격적인 인사에 대해 “국제화, 개방화되는 사회 변화에 따라 그동안 보수적으로 인식돼 온 공직을 전문성 있는 외국인 출신 인사에게도 개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는 계기”라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외국인이 임원 자리를 꿰찼다. LG전자는 현재 268명의 임원 가운데 29명을 외국인으로 채용하며 ‘글로벌 대기업 지향’을 선언했다. SK그룹과 삼성전자, 현대, 기아차, 두산 등도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180여명의 외국인 임원을 영입했다.

법률시장 개방을 맞아 국내 법무법인(로펌)에도 외국 변호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2004년 9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변호사들이 현재 34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들은 대부분 대형 기업의 분쟁에 해결사로 나서면서 국내 법조인들이 수행하지 못했던 부문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카이스트 경영대학과 포스텍 철강대학원 등에서 외국인 학장을 초빙하는 등 외국인 엘리트들의 등용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중문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데포르트가 외국인 최초로 국내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화제가 됐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는 줄리엔 강이 원어민 강사로 출연 중이며 MBC 드라마 ‘보석비빔밥’에는 일반인이었던 마이클 블렁크가 불교에 심취한 외국인 역을 맡아 드라마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순혈주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미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을 시작으로 2PM의 닉쿤, f(x)의 리더 빅토리아 등이 아이들 그룹의 대표적인 외국인 멤버로 자리잡으면서 외국인 멤버 영입이 아이들 그룹 사이에서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이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여전히 외국인들이 한국에 자리잡고 생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 김성회 사무총장(46)은 “여전히 외국인들이 생활하기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주요 행정기관에 통번역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고 다문화주의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변화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