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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법무부는 복수국적을 가진 한국인의 국적 이탈을 막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복수 국적을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12일 공개했다.
13일 입법 예고하게 될 새 개정안의 핵심은 출생과 동시에 복수국적을 갖게 된 이들이나 외국인 고급인력, 외국국적을 가진 고령의 재외동포 등에게 복수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한국인과 결혼해 이민온 외국인이나 외국인 고급인력, 고령의 재외동포, 해외 입양됐다가 한국국적을 회복한 사람, 국내에서 태어나 20년 이상 살아온 화교 등도 국내에서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외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국적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 8.25 공청회에서 밝힌 개정안 초안에 비해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병역의무 이행자에 한해 복수국적 보유를 허용하게 된 것은 남성중심적으로 '성차별' 우려가 있는 만큼 당정 협의 과정 등을 통해 시급히 보완돼야 할 필요성도 지적됐다.
공청회 당시 전문가 다수는 "소수자들의 사회통합 외면", "복수국적 허용 범위의 협소" 등 시대적인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엄격한 단일국적주의를 고수, 재외동포와 모국과의 한민족네트워크 형성에 지장 초래", "초국가적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임시변통적 조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우왕좌왕 혼선" 등으로 혹평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당시 '10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법제처 심의까지 받았으나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지 못하고 개정안 수정 작업을 벌여왔다.
수정안 내용에 대해 국적법개정 특별분과위원회에 참여했던 윤인진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는 "외국국적의 불행사를 서약하는 병역의무 이행자와 외국인 배우자, 해외 입양인, 화교 등에게 복수국적을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등 상당히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현행법에는 외국인이 우리 국적을 취득했을 때 6개월 안에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고 기한 내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잃도록 돼있다.
또, 과거에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만 22세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고, 기간 내에 우리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국적이 자동 박탈됐는데 1년 간의 국적박탈 유예기간을 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그러나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50% 가량인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복수국적 부여 대상에서 소외되는 것은 차별적 조항이다"고 지적했다. 여성도 '사회봉사' 등 병역을 대체한 활동 등을 통해 복수국적 혜택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또, 의도적인 기피가 아닌 건강 등의 문제로 병역을 면제 받은 남성 동포에게도 차별 조항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조항들을 신속히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야한다"고 말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복수국적 문제에 대해 많이 유연해지고, '불행사 서약'만으로도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되는 등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됐다"고 평가했다.
김 사무총장은 "다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와 중국과 러시아 동포, 화교 등 서민층에게도 영주권 제도의 정착을 통해 복수국적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외국의 고급 인력에만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보여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국적법 문제는 애국심을 갖고, 한국인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단계적이나마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길을 터주는 게 핵심이며 그 다음 단계로 외국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한편 개정안은 13일 입법 예고된 후 관계기관 및 일반인 의견 수렴, 총리실 규제개혁 심의,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법무부측은 밝혔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