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도(茶道)와 다문화(多文化)가정 지원활동은 '소통과 배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의식을 따르면서 향기로운 차 한잔을 주고받는 가운데 나누는 교감은 언어와 민족을 넘어선 마음의 대화입니다."

전통 궁중다례 계승 전수자인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다문화 활동과 다도 보급이 어떤 맥락에서 상통할까. 이런 '우문'에 대해 김 이사장은 망설임 없이 차분하고 소신에 찬 어조로 답변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자발적으로' 다문화 활동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도 유명한 김 이사장은 "올해 초 한 불교 모임에서 지인이 다문화센터 공동대표를 맡아 달라기에 다문화라면 내가 맡는 게 당연하다 싶어 그 자리에서 수락했는데 알고 보니 다문화가 차를 의미하는 다(茶)문화와 발음만 같고 한자는 다른 다(多)문화였다"며 "이미 박수까지 받은 마당에 고사할 수도 없어 그냥 맡게 됐다"고 웃음지었다.

남다른 차 사랑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 것은 비록 우연이었지만 불제자인 김 이사장은 인연의 의미를 소중히 간직했다. 지난 5일 창립 1주년 기념식을 가진 한국다문화센터는 매일경제신문과 함께 다문화가정 대학생멘토링사업과 다문화 통합법안 발의, 다문화가정 2세로 구성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창단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 다문화정책과 지원 활동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다.

김 이사장은 "김성회 사무총장과 이현정 연구소장 등 상근 실무자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라며 "가장 보람으로 남은 것은 역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창단이었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그는 "대부분 악보도 읽을 줄 몰랐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이제 훌륭한 화음을 이루는 것도 대견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가진 개성과 역동성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합창단 내 대표적인 개구쟁이로 꼽히는 중국인 가정 2세 윤자호 군의 솔직담백한 표현력과 대담함을 보면서 대륙적 기질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며 "다양한 민족의 장점과 특성이 우리 민족의 장점과 조화를 이루도록 이끌 수 있다면 우리의 경쟁력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쌍용그룹 창립자인 성곡 김성곤 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를 무대로 기업 활동을 펼친 선친 덕에 성장기에 당시로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이국 문물을 체험할 수 있었고 돌이켜보면 그것이 다문화 활동과의 원천적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은 다문화센터의 초석을 놓기에 분주하다 보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내년에는 벌여놓은 사업의 내실을 다지면서 저변을 확고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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