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강국 레인보우코리아 / 제1회 다문화 이중언어 경진대회 ◆

25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다문화 이중언어 경진대회의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재훈 기자＞

"민나상 곤니치와, 와타시노 나마에와 이유나데쓰(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이유나입니다)."

150여 명 청중 앞에 선 이유나 양(16ㆍ동대전고)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내 일본어로 힘차게 자기소개를 했다.

25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 12층 대회의실은 미래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국다문화센터, 배화여대가 주관한 제1회 다문화 이중언어 경진대회에는 유나 양과 같은 다문화가정 자녀와 부모 80여 명이 청중을 바라보며 한국어와 제2 모국어 실력을 한껏 뽐낸 것.

이양처럼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말 못했던 슬픔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으며 눈시울을 붉힌 어린이도 간혹 눈에 들어왔다. 이날 경진대회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 실력을 평가하는 전국 단위의 첫 대회로 초ㆍ중ㆍ고교의 `학생부`와 타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다문화가정 아내들이 참가하는 `성인부`로 나뉘었다.

부문별 20명씩 당초 40명 내외 참가자를 예상했지만 접수 마감 즈음에 신청이 쇄도해 총 80여 명이 참가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대회에서 성인부 참가자 40명은 한국 문화와 적응기 등 주제로 3분 동안 자유롭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학생부는 5분 동안 한국어와 제2 모국어를 함께 사용해 △학교생활 △꿈ㆍ장래 희망 △우리 가족 소개 중 한 가지 주제를 발표했다.

학생부 경연에서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어려움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름이 `틀림`이 아닌 `특별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또래의 학생들에게서 볼 수 없는 다문화가정 친구들만의 탁월한 이중언어 능력을 서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노련한 성인부 참가자들은 절하기, 미역국 먹기, 김치 등 생소한 한국 문화 때문에 빚어졌던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대회는 한국말 습득에 지장을 준다며 다문화가정 부모가 자녀에게 어머니 나라말(외국어)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이중언어를 권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심사위원인 박민정 좋은프로덕션 대표는 "다들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며 "뭇사람들이 다문화가정을 보는 시선에서 이중언어가 다문화가정의 단점이 아닌 장점이라는 인식을 다지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 수상자 명단　

＜학생부＞

△대상(장학금 100만원) 박선화(부여 양화초)

△최우수상(50만원) 양준태(순천 제일고) △우수상(50만원) 김은아(서울 충무초) △장려상(30만원) 이지현(청주외고)ㆍ추건욱(서울 청파고)

＜성인부＞

△대상(고국방문항공권) 왕쭝징(중국 출신)

△최우수상(〃) 간토야(몽골) △우수상(50만원) 루이양(중국) △장려상(50만원) 왕샤오쥔(중국)ㆍ부띠주옌(베트남)

[김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