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들이 아직도 거주자격(체류권)과 관련해 한국인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것을 우려한다.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외국여성들이 거주자격을 얻거나 귀화하기 위해 한국인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이들 여성에게 자격을 부여해 그들이 받는 차별을 줄일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부끄럽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사회권위원회(유엔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위원회)가 한국정부에 시정을 요구한 대목이다. 사랑과 신뢰로 맺어져야 할 결혼이 `거주자격`을 무기로 지탱되고 있다는 치부가 전 세계에 공개된 셈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모든 국제결혼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놀랄 독자도 있겠지만 오히려 결혼 이민자의 가족관계 만족도가 우리나라 평균치보다 높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결혼이민자 1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우자에 대해서는 75%, 자녀에 대해서는 88%, 배우자 부모관계에 대해서는 6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사람의 가족관계 만족도는 배우자 65%, 자녀 72%, 배우자 부모 52%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후진국으로 대접받고 있는 한국이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캄보디아인과 한국인 간 결혼을 잠정 중단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캄보디아 국제결혼 중 60%가량이 한국과 이뤄진다고 한다. 한국인과 국제결혼은 대부분 중개업자를 통해 하는데 `인신매매성 맞선 방식`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모아 한국인 1명에게 연쇄 맞선을 보인 게 당국에 적발돼 캄보디아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자 이렇게 조치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주여성의 인권에 대해 전화상담을 해 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이번에 캄보디아에서 적발된 사례는 정도의 차이일 뿐 관행이었다"고 지적한다. 베트남 필리핀에서 영리목적의 결혼중개는 금지돼 있으며 캄보디아도 법을 정비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말한다.

한국다문화센터 김성회 사무총장은 "국제결혼중개업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요건이 강화됐지만 결혼중개업이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흐리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말한다.

국제결혼이 부쩍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중개업체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결혼중개업 등록업체(266개) 중 91%가 개인업체 형태며 평균 임직원수는 2.15명에 불과하다. 절반가량은 대표 혼자 커플매니저까지 맡아 북 치고 장구 치고 있다.

국제결혼한 한국 남성이 부인을 통해 국제결혼중개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외국인 예비배우자 회원 모집방법을 보면 국제결혼 성혼자 인맥이 65%로 가장 많다. 한국인 회원정보를 외국인 예비배우자에게 현지어로 번역해 제공하도록 관련법에 명시돼 있지만 전체 중 34%가량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G20 정상회의`까지 개최하는 국가로서 `돈 주고 사오기식` 국제결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국염 대표는 "외국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먼저 열고 한국 남자를 만나 자연스럽게 사귀고 결혼하게 되면 맞선방식의 국제결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국제결혼은 다문화사회를 향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첫 단계부터 비틀거려서야 어떻게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를 만들겠는가. 정부는 난립한 국제결혼중개업체를 정비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외국 신부에 대해 일정 부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더 이상 어글리코리아 소리를 듣지 않도록 행정력을 모을 때다.

[윤형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