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지민이(서울 고척초 5학년)는 요즘 부쩍 말수가 늘었다. 표정도 밝아지고 반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주눅들지 않는다.

1년 전만 해도 지민이는 반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는 `왕따`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조선족 출신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건만 짓궂은 아이들은 "거지 같은 나라에서 왔다"며 지민이를 따돌렸다.

가슴속 깊은 곳에 상처를 입은 아이는 점차 말문을 닫아갔고 두 살 터울 동생인 지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작년 7월 두 아이는 새로운 안식처를 찾게 됐다. 새롭게 창단된 다문화 어린이들의 합창단인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에서 음악이라는 이름의 치료사를 만난 것이다.

합창단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노래하며 호흡을 맞추던 자매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소장은 "같은 반 아이들의 심술궂은 장난에도 마음 아파하지 않게 됐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고 음악의 힘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다문화센터가 5월 30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를 개최한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음악의 치유력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소장은 "1년간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다문화 어린이들의 소외의식을 극복시키고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 음악을 통한 교육이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검증을 했다"며 "전국의 학교에서 더 많은 다문화 합창단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뜻에서 대회를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신문, 국무총리실, 법무부, 교육부, 현대자동차, KBS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합창부와 중창부 두 부문에서 각각 8개 팀을 모집해 경연을 펼칠 예정이다.

합창부는 초등학생 다문화 어린이가 50% 이상 포함된 20~30명 내외 인원(지휘자, 반주자 포함), 중창부는 10명 내외로 인원이 제한된다. 팀 내 다문화 어린이들의 지역과 학교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대회를 통해 선발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후원을 할 계획이다.

이번 합창대회의 최우수팀에는 법무부 장관상 등이 수여되며 수상 팀에는 상금과 함께 우수지도자의 강습과 외국 견학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일부 우수 참가자는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원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단발성 깜짝대회에 그치지 않고 음악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지속적인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가정의 달 5월에 열리는 이번 대회가 전국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한편, 한국사회의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

접수기간 : 2010년 5월 17일까지　　문의 : (02)737-0467~8　　이메일 : eeyore10@nate.com

예선참가 방법 : 단원들의 노래를 CD, 동영상, 음원 중 한 가지로 제작하여 한국다문화센터에 제출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