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국악당에서 매일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열린 "제1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에서 중국 몽골 베트남 어린이 등으로 구성된 다문화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아리랑~ 아리랑~ 원더풀 코리아!"

서툴지만 맑은 음색이 300석 규모 공연장에 가득 퍼졌다. 서른 명에 가까운 초등학생들은 각각 한복이나 방글라데시ㆍ베트남 전통 의상 등을 입고 있었다.

입은 옷과 피부색은 각각 달랐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듯 손에는 태극선을 들고 있었고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도 `원더풀 코리아`였다.

제1회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대회가 매일경제신문ㆍMBN, 국무총리실, 법무부, 교육과학기술부,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30일 남산 국악당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전국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목적으로 열렸다.

첫 대회임에도 합창 부문에 9개 팀, 중창 부문에 10개 팀이 출전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한 팀 모두 50%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로 구성됐다.

유태옥 교사(전남 곡성 삼기초)는 "새벽에 출발하면 아이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아예 하루 먼저 왔다"며 "연습하려고 숙소 근처 교회에 무작정 들어가 피아노를 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문화 도시로 불리는 안산에서는 안산소년소녀합창단원, 안산 원곡초ㆍ선부어린이집 다문화 어린이들이 `안산 브라보합창단`이란 이름으로 출전했다.

인솔자인 지휘자 정민아 씨(33)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아이들이 금방 친해지더라"며 "외국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는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이 오히려 포용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무대에 섰던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떨리는 가운데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가 일본 출신인 박성영 군(경남 진해 덕산초 3)은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도 무대에 서니까 많이 떨렸다"면서도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출전한 팀들의 선배 격인 레인보우합창단은 초청 공연으로 이들과 함께했다.

이날 대회 심사는 이민정 건국대 교수를 비롯한 음악 전문가 4명과 진영 한나라당 의원이 맡았다. 진 의원은 "이번 대회는 단순한 합창대회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희망을 노래하는 자리"라며 "다문화기본법을 통과시키는 등 국회 차원에서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시상에는 한국다문화센터 공동 대표인 보선 스님,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이사, 이영복 현대차그룹 이사, 정진옥 사랑의열매 배분사업본부장 등이 함께했다.

대상과 금상은 합창 부문에서는 안산 초당초와 안산 브라보합창단이, 중창 부문에서는 경남 진해 덕산초와 삼기초가 각각 수상했다.

초당초 팀을 이끈 한안식 교사는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다문화 학생들과 한 달간 고생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다문화 합창대회가 한국 사회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