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난해 100만명을 돌파했지만 한국은 인구 구성상 아직 다문화 국가로 진입조차 못한 단계다.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은 이민국가로 성장한 미국(14.8%) 캐나다(19.9%) 등을 제외하더라도 △호주 24.6% △독일 8.83% △영국 4.5% △덴마크 5.2% △홍콩 7.8% 수준이다.
한국의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은 1990년 0.11%(4만9000명)에서 18년 만에 2.20%로 급증했으나 국제 비교상 다문화 국가로 분류되기엔 아직 매우 낮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갓 동이 터오고 있는 셈이다.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사회통합팀 사무관은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이 국민의 5% 이상 돼야 다문화 사회로 분류된다"며 "아직 그 비율이 2.2%에 불과한 한국으로선 단순히 문화ㆍ복지주의적 관점을 넘어 정책적 측면에서 외국인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지, 사회 통합 과제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총고용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율이 1995년 9.3%에서 2005년 12.7%로 급증했다"며 "적극적인 이민 문호 개방 정책을 추진한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한 반면 외국인 유입에 소극적인 국가는 저성장을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는 다문화 가족을 `결혼이민자와 대한민국 국민이 혼인 등으로 결합한 가족 또는 귀화 허가를 받은 자가 포함된 가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이민자 또는 그 가족으로 인정받아야 다문화 가족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작년 말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영주자격 소지자는 1만6460명, 귀화자는 6만2288명으로 영주자격자 및 귀화자가 7만8748명에 불과하다.
결국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속도를 좌우하고 다문화 정책의 수혜 대상과 내용을 좌우하는 것은 외국인 이민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적 취득에 있어 속인주의를 기본으로 한 결혼이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속지주의 원칙인 미국이나 남미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2세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반면, 한국은 한국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한 가정의 2세에 한해 국적을 부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김해성 목사는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 중 50만명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 아래 가족과 함께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정책도 검토해 볼 만한 시점"이라며 "다문화 정책이 단순히 인구 유입과 노동력 확충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다원적 다문화주의와 인권 보호를 기조로 해야 건강하고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로 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