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지휘자 선생님이 “조용”을 여러 번 외쳐도 꿋꿋이 장난을 치는 어린이들.
하지만 ‘거위의 꿈’ 반주가 시작되자 호흡을 다듬고 자세를 바로 한다.
그리고 시작된 노래.
“난 꿈이 있어요∼”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코리아’가 연습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명락사를 24일 찾았다.

○“노래를 부르면 침이 나올 만큼

재밌어요”
이 합창단은 부모 중 한 명이 일본 중국 파라과이 카자흐스탄 필리핀 태국 등 7개 나라 출신인 다문화가정 어린이 33명으로 구성됐다. 모두 한국 국적이지만 부모가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말이 없던 어린이가 많았다.
이현정 합창단장은 1년 전 오디션 때의 어린이들을 기억했다.
“말을 시켜도 대답이 없고 표정이 어두운 어린이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난해 추석특집 TV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시작으로 공연을 다니면서 박수와 격려를 받자 자신감이 생기고 웃음도 많아졌다는 것.
부모가 조선족인 이지은 양(서울 고척초 3)은 “친구들이 ‘거지 나라’로 돌아가라고 할 때는 속상했는데 이제는 친구들이 TV에서 저를 봤다면서 부러워한다”며 “노래를 부르면 저절로 침이 나올 만큼 재밌다”고 말했다.
또 한 어린이는 어머니가 중국인이라 놀림을 받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황사가 와도 다 저 때문이라고 해요. 합창단은 다 저와 같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얘기도 잘 통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어서 좋아요.”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연습하는 합창단은 이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됐다.
친구들한테 놀림 받은 이야기도 이제는 웃으면서 한다.
“언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편견 때문에 속상해”

하지만 모든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카자흐스탄인인 안보람 양의 어머니는 이런 편견이 속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보람이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 하고도 사이가 좋다. 러시아어도 잘하고 노래 실력도 좋다. 그런데 사람들이 ‘친구들이 놀리지는 않니’라고 물어볼 때마다 화가 난다.”
일본인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줬다는 낙세문 양(서울 덕수초 4)도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름 때문에 ‘낙지’라고 놀리는 친구도 있는데 그때마다 ‘내 이름이 뭐 어때서’라고 말해줘요. 내 이름처럼 예쁜 이름 가진 사람 있느냐고 물으면 다들 대답을 못 해요.”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학원에 가는 것보다 재밌다”는 최다희 양은 충남 천안시의 집에서 토요일마다 합창단 연습에 참여한다. 최 양 역시 ‘다문화 가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저야 좋죠. 엄마가 파라과이 사람이니까 배우는 것도 많고요. 그런데 안 좋은 점도 하나 있어요. 엄마가 고향에 가고 싶어도 너무 멀어서 자주 못 간다는 거예요.”

<이지현 기자> edit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