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피부색을 가진 다문화가정 아이들 20여 명이 둘러앉아 박수와 함께 함성을 질렀다.

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명락사 다문화교육관 1층. 언어 문제로 수업 이해에 어려움을 겪거나 각종 문제로 인해 학업을 그만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레인보우스쿨`이 문을 열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이날 레인보우스쿨을 시작하며 자원봉사자인 멘토 12명과 다문화가정 2세들인 멘티 21명의 결연식을 가졌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내년부터 다문화가정 아이들 7만4000명이 취학하는데 현재 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이제 다문화사회가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연인 만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전국적으로 올해 22% 늘었고 경기도는 작년에 비해 2배가 됐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은 거의 없어 이들의 학업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고등학교 취학 연령 청소년의 92%가 정상적으로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의 경우 취학률이 70%에 불과하다. 레인보우스쿨은 기본적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부모의 결혼으로 인해 적응기간 없이 입국하게 된 다문화가정 학생들(중도입국 자녀)의 경우 중ㆍ고교생도 받을 방침이다.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연구소장은 "이런 학생들이 한국 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 문제이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언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더불어 한국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업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학습지원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인보우스쿨 수업은 9월부터 매주 4회(월ㆍ화ㆍ목ㆍ금) 오후 4~6시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학생들은 일주일 중 자신이 원하는 요일을 선택해 학생ㆍ일반인 자원봉사자인 멘토에게서 보충수업을 받거나 언어를 배우게 된다.

언어는 한국어와 함께 중국어, 일본어, 영어이며 앞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멘토가 된 배혜심 씨(서울대 사회교육과 4)는 "6년 전쯤 부천시에서 여는 이주노동자 축제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알게 된 방글라데시 노동자가 나중에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구금돼 본국 송환을 기다리는 걸 보게 됐다"며 "그때부터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문제에 관심을 갖게 돼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멘토 중에는 중국인 유학생이나 다문화가정 주부도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하고 있는 윤기미 씨(중국ㆍ36)는 "중국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까봐 집에서 중국어를 배우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반쪽을 잊지 않도록 중국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어머니가 중국 출신인 다문화가정 자녀 이지민 양(고척초 5)은 "공부도 외국어도 더 잘하고 싶어서 일본어ㆍ중국어 수업을 신청했다"며 "예쁜 여자선생님이 멘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당초 서울 서초동 쪽에 학교를 세울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다문화가정이 가장 많은 경기도 쪽에 적당한 용지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