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가 따로 있나요. 나만의 어른 친구 `멘토` 오빠가 있어 늘 든든해요." 의정부서초등학교 3학년인 한아름(가명) 양은 수요일 오후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문화 가족 자녀인 한양은 `오바마 양성 프로젝트` 대상자에 올라 이달부터 대학생 멘토링을 받게 돼 일주일에 두 번씩 대학생 선생님을 만난다. 멘토인 대학생 오빠는 알파벳도 가르쳐주고 그림도 같이 그린다.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컴퓨터 게임도 같이 해주며 아름이가 사족을 못 쓰는 `빅뱅` 멤버에 대한 수다도 지겨워하지 않고 잘 들어준다. 아름이는 두 살 어린 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3년 전 한국인 남편과 이혼했다.
아름이 어머니는 "출근 때문에 애들 아침밥도 못 챙길 때가 많아 가슴이 아프다"며 "먹고살기가 빠듯하다 보니 그 흔한 학원은 엄두도 못 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받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청년 버락 오바마를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길러낸 것은 잠재력을 평가하고 차별 없는 기회를 준 교육의 힘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잠재력보다 선행학습과 사교육 정도에 따라 서열이 엇갈리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오히려 피부색에 대한 편견과 빈곤 문제로 이중차별에 노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지난해 다문화 2세의 미취학률은 24.5%로 우리나라 전체 미취학률 3.6%를 크게 초과한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다문화센터가 출범시킨 다문화가정-대학생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을 `오바마 양성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것도 이런 차별의 벽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다.
한국다문화센터와 경기도청은 올해 100명의 대학생 다문화봉사단을 출범시키고 다문화가족 자녀를 상대로 멘토링 봉사를 시작했다. 이름 하여 `다문화 케피터즈(kepitez) 봉사단`이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다문화 가정의 아동들을 서로 연결해 대학생들이 멘토로서 아동들의 학교 적응과 학업, 교우관계 등을 조언ㆍ지도하여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보다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다.
5개 조로 나뉘어 5개의 경기도 지역센터(수원ㆍ남양주ㆍ의정부시ㆍ안산시ㆍ성남시)에 배치돼 본격적인 봉사 프로그램에 들어갔으며 활동 기간은 올해 8월까지다. 멘토링을 받는 자녀들 연령층은 두 살짜리 아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양하며 이들의 방학이 끝나는 3월부터는 방과 후 학습지도 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성상환 중앙다문화교육센터 부소장(서울대 사범대교수)은 "한국문화와 언어에 서툰 외국인 어머니가 아이 교육을 제대로 챙길 수 없고 또한 가난으로 인해 아이에게 충분한 투자가 안 되는 여건에서 다문화 2세들은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것이고 이들이 부랑아, 반실업상태가 됐을 때는 치유의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협약식에 참석한 이상욱 케피터즈 단장(호서대 세
무학과 4학년)은 "멘토링 시작 이후 다문화 가정을 다녀 보니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른 현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나친 편견도 지나친 호의도 모두 선입견일 뿐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오바마 프로젝트의 멘토들도 다문화 자녀들에게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가는 것을 첫출발로 삼았다.
오바마 양성 프로젝트의 재정적 지원을 맡은 락앤락 김준일 대표는 "다문화가정 2세들도 어엿한 우리 국민이며 우리는 이들이 한국사회에 자신감을 갖고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이번 멘토링 사업을 소외 다문화가정의 장학사업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가정에 학습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웅진씽크빅의 천재석 전무와 각종 도서와 연수시설을 제공하는 교원의 변경구 상무도 "기업이념을 살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 다문화기본법 제정
"다문화기본법이 제정된다면 가장 먼저 `컨트롤타워`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7일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주무부처가 되려고 다투다 보니 부처 간 경계가 모호하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다문화 총괄 조정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진 의원은 한나라당 원희룡ㆍ김선동 의원, 민주당 최문순 의원,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 등과 함께 다문화기본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 의원은 "미국 등에선 이민청을 통해 모든 행정처리를 일원화해 원스톱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우리도 독자적인 부처가 다문화와 관련된 정책 및 민원 서비스를 총괄하게 할지 여부를 다문화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지금도 다문화관련법으로 국제결혼중개업법, 출입국관리법,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외국인고용에 관한 특별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이 있는 데다 여기에 더해 다문화교육지원법, 다문화진흥법, 다문화기금법의 제정 움직임까지 있다"며 "다문화기본법이 제정돼 제대로 된 법체계를 갖춰야 각종 법령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다문화기본법에 포함돼야 할 주요 내용으로 재원 마련 방안과 국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 다문화교육상 `한국의 오바마` 길러낼 지도자 발굴
◇ 교육과학부-매일경제 공동 제정
◇ 교육과학부-매일경제 공동 제정 / `한국의 오바마`를 키워낼 우수 교육지도자를 발굴하기 위해 매일경제와 교육과학기술부가 `다문화 교육상`(가칭 레인보우교육상)을 만든다. 교육과학기술부 잠재인력정책과는 교과부 주최, 서울대학교 중앙다문화교육센터 주관, 매일경제 후원으로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다문화 학생 교육ㆍ지도 사례, 다문화 가정 학부모 상담 사례, 다문화 이해를 위한 교육 및 다문화적 환경 구성사례 등을 오는 7월 접수한다. 수상자에게는 장관 표창과 함께 최고 300만원의 부상이 주어지고 `다문화 교육 우수강사풀(pool)`에 포함돼 시ㆍ도교육청, 학교,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에서 다문화 교육강의 시 강사로 참여하게 된다. 대회 결과물은 교사 및 관계자의 연수자료로 이용된다. 선정 절차는 시ㆍ도교육청에서 오는 10월 중앙다문화센터에서 1ㆍ2차 심사를 실시하고 10~11월 각 시ㆍ도 해당 학교에 전문가를 파견해 현장 실사를 거쳐 11월 말 최종 결정된다.
★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다문화 우수인력에 일자리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매일경제 공동 / 매일경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 전문업체인 씨드메이트와 함께 진행하게 될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양성 프로그램은 한국어와 모국어에 모두 능통한 다문화 가정의 언어구사 능력 우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무료로 진행된다. 세계적 수준의 한국 의료시스템을 관광산업과 연계시킨 의료관광의 발전은 지난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 다문화 인력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의료관광 필수 인력인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 출신 다문화 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망된다. 1544-4895, www.ceedmate.com
★ 다문화 채널 `레인보우 TV` 설립
다문화 가정의 한국 적응을 돕고 다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다문화 TV채널 설립도 추진된다. 특히 중국, 중앙아시아, 태국 등 현지 방송국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방송도 방영할 계획이다. 현지 언어 방송은 영어를 기본으로 10개 언어로 이뤄지며 모든 프로그램은 한글자막이 서비스된다. 방송국 설립은 다문화기본법이 올 하반기 제정되면 법적 지원을 토대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창립
다문화 사회의 희망과 비전을 전파할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만들어진다.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을 일군 케냐의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을 모델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노래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 다문화 2세들을 위한 체험교육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체험을 통해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되는 행사로 방학기간(7~8월)에 1박2일의 일정으로 열린다. 빨간펜ㆍ구몬학습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이 함께 참여해 과학놀이체험, 도자기 만들기, 동식물체험, 레크리에이션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소는 경주 드림센터ㆍ스위트호텔, 도고 연수휴양시설, 가평 비전센터, 낙산 스위트호텔, 제주 스위트호텔 등이다.
★ 다문화 가족건강 체험
병원협회,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실현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한 건강체험 행사를 가을께 진행한다. 일회성 의료지원 행사에서 벗어나 다문화 가족이 스스로 건강을 체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행사는 다문화 가족에 대한 건강검진과 함께 가정 내 응급처치 요령 등을 놀이 형식으로 교육한다.
[기획취재팀＝이창훈 사회부 차장(팀장) / 배한철 기자 / 이지용 기자 / 고재만 기자 / 임태우 기자 / 우제윤 기자(이상 사회부) / 전정홍 기자(정치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