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앞으로 40여 년 후에는 인구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이 된다. 유엔은 한국 정부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인력을 메우려면 외국 인력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하면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서로 불만을 고조시키게 돼 갈등과 불행이 증폭될 것은 뻔한 이치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 진입에 발맞추어 피부색깔과 언어, 문화가 다른 사람끼리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불교에서는 "깨닫지 못한 중생은 4가지 상(相)을 낸다"고 하는데 첫째는 아상(我相)이다. 내가 남보다 잘났다는 배타심을 뜻하며 고집 편견 선입견 등이 여기 속한다. 이것이 강해지면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자기 잣대로만 재단하며 상대방을 전혀 돌보려 하지 않는다. 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아스피거(Aspiger)`라는 병으로 간주한다. 현대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아스피거는 자기만 알고 남은 전혀 배려하지 않거나 업신여기는 증상이다.

둘째는 인상(人相)인데, 이것은 아상보다는 상대적으로 윤리적인 상태지만 남을 돌아보지 못하고 자기애와 자기도취에 빠진 상태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형이다.

셋째는 중생상(衆生相)인데, 이것은 인상보다는 상대적으로 자비로운 상태지만 아직도 아집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중생상이란 중생의 본능적 고집, 즉 재미있고 호감이 가는 것만을 본능적으로 취하려 한다. 이것 역시 나를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아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넷째는 수자상(壽者相)인데, 생명에 대한 집착, 즉 영원한 수명을 누리려 집착하는 모습이다. 나 자신이 모든 사물의 영원한 수명과 함께하리라는 착각 속에 산다. 우리가 부를 가지고 있으면 우리는 부가 영원히 나와 같이한다고 생각하며,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지식이 나와 영원하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대부분 4상에 둘러싸여 생각하고 고집을 피우고 울타리를 치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다문화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도 이 4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본다. 결국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또 평등해야만 한다. 그래서 차별이나 순위를 매기는 일 자체는 이 평등성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국경 없는 사회다. 크고 작은 사회들의 고유한 문화전통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리고 굳이 국적을 물으려 하거나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문화를 즐길 뿐이다. 다시 유목민 시대로 돌아왔다. `문화적 유목민`이다. 문화 간 경계나 국가 간 경계는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다문화 사회는 우리 미래다. 우리가 어떻게 보듬고 또 상생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는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남기고 가야 할 유산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다문화 인구가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고 그 2세인 다문화가정 자녀는 6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2만5000명 정도가 취학생이다. 2020년에는 20대 한국인 5명 중 1명, 신생아 중 3분의 1이 다문화가정 자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여전히 교육 혜택에서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은 열악한 가정환경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 결혼이주여성이 엄마여서 한국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이 되기 위한 교육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생들이 매일경제와 한국다문화센터의 `레인보우코리아 10대 액션 플랜`에 따라 그들의 학습을 자원봉사로 도와주고 자신감도 주면서 결핍된 인간적 정을 메워주는 멘토링 사업을 하게 됐다. 지금은 작은 규모로 출발했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온정이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김의정 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 겸명원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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