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다(多)문화 행정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군데에서 다문화 행사가 벌어지면서 오히려 다문화 가족이 하나의 양념이나 액세서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다문화 관련 정부 부서는 7~8개를 넘는다. 출입국을 담당하는 법무부, 가족복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이주여성 인권을 담당하는 여성부,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다루는 노동부, 문화를 다루는 문화체육관광부, 다문화 자녀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지자체를 통할하는 행정안전부, 농촌이주여성을 다루는 농림수산식품부 등등.

정말, 너도 나도 다문화 행정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필요하면 여러 부처가 동시에 뛰어든다. 예를 들어 다국어 통·번역센터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법무부는 물론 복지부, 노동부까지 나서 통·번역센터를 운영하려고 한다. 또 서울시 등 지자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지금 국무총리실에서 다문화 사업의 중복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한국말도 잘 모르는 결혼이주여성과 재한 외국인들에게 7~8개 부처를 찾아다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런 행정이 성공을 거둘 리가 없지 않는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정부에 서류를 넣으려면 골머리를 싸매야 한다. 챙겨야 할 서류가 너무 많고, 절차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법무사, 세무사, 변호사 없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겠는가? 원래부터 태어나고 자란 우리들도 그런데, 낯설고 눈 먼 이국땅을 찾아온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그들에게 7개 부처를 돌아다니라고 하고 있으니.

다문화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종합적이고 일관된 행정, 통합적인 행정서비스 체계다. 한국말도 모르는 사람에게 7개 부처를 돌아다니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한 기관을 통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다문화 행정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을 늘이기 위한 수단으로 다문화 정책에 개입하려는 각 부처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대통령 직속기구를 신설해서라도 다문화 행정의 일관성과 체계성, 종합성을 갖추지 않으면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