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미국 벅넬대(Bucknell University)와 중국사회과학원은 세계 500대 도시 경쟁력에 관한 조사를 벌였다. 상위권인 뉴욕ㆍ런던ㆍ도쿄ㆍ홍콩 등은 예외없이 외국인 거주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홍콩 40%, 뉴욕 34%, 런던 31% 등 인구 10명 가운데 3~4명이 외국인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전 인구의 2%에 불과한 100만 명에 그쳤다. 세계화ㆍ다문화 지수 역시 바닥수준이었다. 최근 서울YMCA 조사(2009년 기준)에서도 한국인 스스로 생각하는 다문화지수는 100점 만점에 46.3점에 불과했다.

여전히 우리 이웃에 외국인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현 모습이다. 경제환경이 열악한 국가의 외국인에게는 편견도 심한 편이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은 어떻게 꾀할 수 있을까?

외국인ㆍ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인생을 건 이가 있다.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연구소장이다. 다문화가정의 바른 정착과 인식 개선에 힘써 온 그는 노래와 음악만한 것은 없다고 판단, 레인보우 코리아합창단을 지난해 발족시켰다. 그는 “지난 1년5개월 동안 전국 각지에서 감동어린 합창을 선보인 아이들의 변화는 가히 놀라웠다”고 말한다. 그들을 보는 시선 역시 더욱 따듯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불교방송 아나운서로 20년간 활동한 베테랑 아나운서였다. 어떻게 다문화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방송일을 하다가 사회복지와 관련한 방송을 여럿 했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등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다 뭔가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당시 우연히 지인들의 다문화 관련 모임에 참석하게 됐고, 그 활동의 가치를 저버릴 수 없어 다문화센터로 이직해 일하게 됐다.”

-한국 최초 다문화 소년소녀 합창단인 레인보우 코리아합창단(아래 사진)을 창단해 이끌고 있다. 그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다.

“지난해 7월 창단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처음 생겼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다문화센터 연구소장으로 일하며 그간 다문화가정의 내부 문제, 외부 편견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던 게 사실이다. 초점은 자연스레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문제로 쏠렸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어엿한 대한민국 국적이고 누가 봐도 우리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이 내처진 현실상황은 심각했다. 정규 교육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를 이탈하는 사례가 많았고, 제대로 보호ㆍ관리하는 기관도 없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합창단 이전에 대학생이 문화가정 자녀를 1대 1로 멘토링하는 사업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직접 찾아가는 멘토링으로 추진했다. 참 효과적이었지만 대학생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 시행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다 손쉽고 재미있게 즐기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음악을 모티브로 삼아 합창단을 발족하게 됐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받거나 외모 때문에 차별받는 경우가 잦을 듯싶다.

“그렇다. 우리의 세계화ㆍ다문화 수준은 최하위다. 정부나 학교 등 그 어디에서도 다문화에 대해 교육하는 곳은 전무하다. 다문화 아이들을 무시하고 따돌리고 편견을 갖는 것은 아이들 세계에서 더욱 심한 것 같다. 성인의 경우에도 엇비슷한데 이웃의 외국인, 특히 경제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건너온 이들에게 갖는 편견은 정말 심하다. 이에 대한 분위기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하겠다.”

-레인보우 합창단을 이끌며 합창단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나.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주눅들었던 아이들이 합창단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만나 함께 노래하면서 금세 바뀐다. 자신감을 갖고 학교생활에서도 자기 주장을 당당히 펴는 인성으로 변하는 듯하다. 최근엔 각종 정부, 민간단체의 초청행사를 다니면서 좋은 호응을 받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보는 이에게는 다문화 아이들을 편안한 우리 이웃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하는 듯하다.”

-단원은 몇 명인지.

“50명을 꾸릴 생각인데 현재는 33명이다. 수시로 신입 단원을 모으고 있다. 남학생 8명에 나머지는 모두 여학생이고,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생까지 있다.”

-33명 아이들의 국적이 제각각이겠다.

“한국 사람과 결혼한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부모님 중 한 분이 중국ㆍ일본 출신인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 중 가장 많은 출신국이 중국, 그 다음 일본순으로 나가는데 그 표본과 엇비슷하게 간다. 카자흐스탄ㆍ러시아ㆍ파라과이 등이 뒤를 잇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다문화센터 창립 1주년이 지난해 12월이었다. 그달 5일 공연을 가졌고, 5개월간 준비한 노래들을 한껏 뽐냈다. 부모님은 물론 다문화인과 일반인이 관람했는데 관객석은 울음바다가 됐다. 피부색 등 외양이 다른, 차별받던 아이들의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을 받으셨던 것 같다. 고생을 엄청나게 하던 당시였는데,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비용 집행 문제가 만만치 않을 성싶다. 어떻게 충당하는지.

“우리 다문화센터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순수 민간 비영리단체다. 그래서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직 센터가 잘 알려지지 않아 후원받기가 쉽지 않다. 일선 기업의 관심을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일단 오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관련한 합창단 행사와 오는 20일 정기공연(서울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ㆍ오후 7~9시)을 잘 마무리하려 한다. 또 장기적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레인보우스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이 모여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 다양한 정규 교과 외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 만들려는 것이다. 도심에 공부방 형태의 소소한 건물을 지으려는 생각이다. 관심 있는 독지가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박우병기자 mj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