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슈] "다문화에 대한 인식, 어디까지 왔나?"
“다문화인 증가는 고속버스, 정책은 시내버스, 국민의식은 자전거"

2010년 11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G20정상회의가 있었다. 이 행사는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드높여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레인보우어린이합창단'이 G20 정상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갈라 디너(gala dinner)쇼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것이다. 이날 공연에는 이명박 대통령내외와 반기문 UN사무총장,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등 각국 정상 내외 33명을 포함해 김황식 국무총리, 이용훈 대법원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장대환 매일경제미디어그룹 회장 등 국내외 귀빈 총 218명이 참석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3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레이보우합창단은 한국다문화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창단 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 각지 주요 무대에 초청돼 왕성한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 살림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회 사무총장은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와 국민들은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냉철한 판단으로 철학적 정리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보우합창단'…다문화 상징 아이콘

김 사무총장은 정부나 지역자체단체 등의 다문화정책에 대해 “어느 누구도 다문화사회에 대해 많은 말을 하고 보여주기 식 행사 등에는 열심이지만 실제 대책들은 어떤 사인이 터지면 그것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다문화가족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종교단체와 정계 인사, 기업인, 다문화에 관심이 높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2008년 12월 4일 설립된 단체다.

그 동안 한국다문화센터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대학생 멘토링 사업, 다문화가정 자녀 대학 특례입학, 국회 다문화포럼 설립, 레인보우 합창단 창단, 이중(二重)언어 경진대회, 중도입국자녀 예비학교, 온라인 멘토링 사업 등 국내 최초로 진행한 사업이 적지 않다. 특히 대학생 멘토링 사업의 경우 법무부, 경상북도, 영남대, 교원그룹, SK 등이 참여해 민ㆍ관ㆍ산ㆍ학의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의 다양한 사업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사업은 뭐니뭐니해도 '레인보우 합창단'으로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얼굴 생김새와 피부색이 달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서 하나의 화합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최초의 다문화 합창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여러 나라 문화의 DNA를 가진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니 훨씬 더 예쁜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레이보우합창단의 해외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는 김 사무총장은 "레인보우 합창단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의 폐쇄적인 사회가 아니고 열린사회라는 점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며 "세계적인 소년소녀 합창단과 자매결연해 해외 공연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 컨트롤타워 있어야 연착륙 가능"

한국다문화센터는 현대차그룹이 운영하는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의 지원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 '해비치 레인보우 스쿨'은 다문화가정 자녀뿐 아니라 결혼이주 여성, 외국인근로자 등 성인까지 대상으로 한 종합교육지원센터로 운영되고 특정한 프로그램 안에 이주민들을 집어넣기보다는 이들 각각의 처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게 된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장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분리교육'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은 '통합형'이 돼야 하고 이들에 대한 특별교육은 기존 공교육을 보완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일반 학생 중에서도 문제가 있고 공부가 뒤처진 이들이 있지만 이들을 따로 모아 분리교육을 하지 않는데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해서는 분리교육을 한다는 것은 차별"이라며 "다문화 학교가 생기면 이 학교 주변으로 다문화가정이 모이면서 그 지역이 게토(ghetto)화되고 이는 다문화 자녀와 영원히 융합할 수 없게 되는 파국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국가적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 균형감각을 갖고 다문화문제를 풀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정부부처가 여러 가지 법률을 기준으로 다문화문제에 접근하다보니 문제를 풀기보다는 오히려 더 꼬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다문화인의 증가는 고속버스이고 국가정책은 시내버스, 국민의식은 자전거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타당성있는 정책과 의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차별이 제도화됐고, 이것이 국민의 인식 속에 자리 잡아 차별이 일상화됐다"며 "이것을 바꿀 제대로 된 국가철학 혹은 정치철학이 세워져야 다문화정책이 중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다문화센터 김성회 사무총장] [출처] [잇슈] `다문화에 대한 인식, 어디까지 왔나?`|작성자 kcs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