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인 무원 스님./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부처님오신날(5월 2일)을 맞아 서울 봉천동 명락사 신도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연등 1만개를 걸기로 했다. 명락사 신도들은 1만여명이다.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개당 5000원짜리 연등을 사서 1만개를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석가탄신일 전날에는 사찰 주차장에서 유명 가수와 북한 예술단을 초청해 다문화 가정 지역 주민을 위한 음악회도 연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이 절 주지인 무원(50) 스님이 냈다. 지난 2월 명락사 주지에 취임한 무원 스님은 관악구가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에 이어 서울 시내에서 네 번째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해 "명락사를 '다문화 사찰'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무원 스님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글학교를 열기 위해 교사 1명을 뽑았다. 이번에 연등을 팔아서 생긴 수익은 전액 한글학교 운영기금으로 쓸 예정이다.

무원 스님은 "비록 신도들이 절에 등을 달지만 제가 바라는 건 마음에 '다문화에 대한 관용'이라는 등을 다는 것"이라며 "매달 한 번씩 스리랑카·미얀마 등 외국인 승려를 초청해 법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1979년 출가한 무원 스님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천태종 사회부장을 맡았다. 북한 개성 영통사 복원사업을 한 인연으로 북한을 알게 됐고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경기도 안성)에서 3년간 강의를 했다.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사는 인천 백석동 황룡사 주지를 지냈고, 그 인연으로 지난해부터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명락사의 특징은 절을 찾은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 방식으로 저마다 자유롭게 예불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스리랑카인은 스리랑카 방식으로, 미얀마인은 미얀마 방식으로 예불을 드릴 수 있다. 스님은 "한국인 신도들이 조금 당황할 때도 있지만, 예법이 다르다고 불법이 다르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