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연 양(부천부안초ㆍ5학년). 학교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다 보니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내기 일쑤였다. 성적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랬던 수연이는 요즘 웃음꽃이 활짝 폈다. 지난해 12월 다문화어린이 중창단 생활을 하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내에서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3명과 함께 중창단 생활을 하면서 수연이의 말문이 확 트였다. 수연이와 함께 합창단을 한 `동병상련`의 다문화 친구 2명도 그랬다. 이미 별명이 `수다쟁이`로 통하는 수연이가 속한 부안초등학교 팀이 5일 오후 2시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제2회 전국 다문화어린이 합창대회`에 참가해 첫 번째 공연을 했다.

한국 어린이 3명과 다문화 어린이 3명이 섞여 있는 이 팀은 이날 똑같이 색동옷을 곱게 차려입고 소고(小鼓)를 치며 노래 `Let`s make peace`를 2분간 불렀다. 수십 번을 연습한 부채춤을 간주시간에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다문화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ㆍMBN 등이 후원하는 이 대회는 합창을 통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지난해 처음 마련됐다.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오른 참가자 346명과 학부모 외에도 휴일을 맞아 국악당 옆 한옥마을을 찾은 나들이족이 대거 찾아와 330석 규모의 남산국악당의 열기가 뜨거웠다.

지도교사 신윤영 씨(34ㆍ부안초)는 "학교 생활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다문화 학생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한식구`가 된 느낌"이라며 "교사들 사이에 `애들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많아 내년 대회에도 꼭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합창대회를 하면서 다문화 어린이들이 받은 박수와 자신감이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영예의 대상은 합창 `우주자전거`를 부른 전남 운남초등학교팀과 중창 `청개구리`를 선보인 진영 대창초등학교팀이 수상했다.

[정석우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