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대변인 겸 상임부소장

[110만 외국인 & 다문화시대의 명암](2)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대변인 겸 상임부소장

한국다문화센터에서는 지난해부터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습을 지원하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서 어머니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가난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이 뒤처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자는 취지였다.

실제 통계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일반가정에 비해 22배나 낮은 상황이고, 고교 진학률은 30% 내외 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을 방문한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나왔다. 멘토링을 받을 가정을 방문했더니 생각과는 다르더라는 것. 다시 말해 다문화 가정이 모두 매우 어렵고 힘겨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문화가정의 어떤 아이는 각종 학원이다 뭐다 해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멘토링을 시작하는 날, 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학원을 가려고 했는데, 센터를 통해 공짜로 대학생 과외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며 “만약 언니가 제대로 못 가르치면 학원에 다시 보내주기로 했다고 엄마가 말했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대학생은 봉사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자원봉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부랴부랴 그 문제에 대한 실태파악을 해보니, 일찌감치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주로 일본 등 선진국의 이주여성)의 집은 자녀 교육열도 내국인보다 더하고, 각종 정보에도 능하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복지혜택을 빠짐없이 챙기고 있었다. 심지어 시청을 통해 가사도우미도 지원받고, 각종 이벤트나 행사 등 모든 것을 알뜰히 챙기는 식이었다.

반면, 한국에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저개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어도 서툴고, 교육열도 약하고, 각종 복지 정보에도 어둡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혜택을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역가정지원센터가 이런 상황을 빠짐없이 체크해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할 수 있는 행정력도 미흡한 실정이다. 그리고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제각각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가정만 계속 혜택을 받는 경우가 종종 나타났다. 그래서 일부 다문화 가정은 각종 복지정보를 취합해 즐겁게 ‘복지쇼핑(?)’을 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이는 정부나 일선 행정기관에서 다문화 가정의 실태와 각종 사업 결과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 체계적인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 지원활동이나 운동은 복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다문화 행정이나 다문화 시민운동은 보다 체계화되고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유행 따라 하는 운동과 지원은 그 유행이 지나간 뒤, 더 많은 허탈과 절망만을 가져다 줄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