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하는 마음과 편견은 업장"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처음에는 신도들이 의아해했습니다. 웬 다문화라는 것이죠. 하지만, 모두 돕고 살아야 하는 게 부처님 생각이고, 세계화 시대에 다문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겨 따라준 신도들이 그저 고맙습니다."

무원 스님이 주지로 있는 불교 천태종 명락사는 산 속에 있는 절이 아니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관악산 자락 아래 남부순환로 도로변에 있는 도심사찰이다.

무원 스님은 3년 전 이 곳 주지로 부임하면서 다짜고짜 '다문화 사찰'을 선포했다고 한다. 신도가 약 3천700가구인 이 절은 이때부터 '만 가구 한 등(燈) 달기'를 시작해 매년 세계음식축제를 여는 등 다문화 사업을 펴고 있다.

특히 낯선 이국 땅에서 파경을 맞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그룹홈이자 쉼터인 '명락빌리지'를 2009년 열어 딱한 처지의 이주여성을 돕고 있다. 전기밥통에는 항상 따뜻한 밥을, 냉장고에는 반찬을 준비해 놓고 최소한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한다.

<인터뷰하는 무원스님>

"그거야 뭐....당연한 것이죠. 종교인이라면 사람을 차별하지 않아야 하고, 우리나라가 세계로 나아가자면 세계인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별하는 마음과 편견을 가지면 그게 업장(業障. 악업에 따른 장애)이 됩니다."

애초 사찰을 확장하기 위해 인근 여관을 사들여 명락빌리지를 마련했으나 지금은 아예 쉼터로 굳어졌다. 갈 데 없는 이주여성들은 자녀와 함께 자활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이 곳에 머문다. 지금은 11명의 이주여성이 머물고 있다.


무원 스님은 한국사회가 꼭 다문화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하나의 꽃)라고 꽃잎과 꽃술, 대궁이 모두 온전히 어우러져야지 꽃이라 할 수 있지 어느 일부만으로 꽃이 될 수 없다"면서 "부처의 마음에는 남과 북의 구분이, 오랑캐 출신인지 아닌지,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인천 서구 백석동 황룡사 주지로 일하면서 인근 공단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딱한 처지를 돕기 시작한 게 다문화 활동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명락사 주지로 일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무원 스님은 "음식축제를 열 때 이주 여성과 노동자들에게 한국 음식을 즐기고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가만히 보면 우리가 그들의 음식을 배워야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면서 "음식문화 축제 명칭을 작년부터 '글로벌 음식문화 축제'로 바꿔 한국인이 다른 나라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쪽으로 축제 성격을 바꿨다"고 말했다.

명락사가 후원해 옆 4층 건물도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실과 이 센터의 이주아동 합창단인 '레인보우합창단'의 연습 공간으로, 이주아동들의 교육 공간 등으로 쓰고 있다.

무원 스님은 또 외국인 저명인사로 구성된 '글로벌 문화교류 포럼'을 최근 발족해 참여인사들 간 교류를 통해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의 아동이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 분야는 종교인들이 한다고 될 일이 아니며, 정부가 교육평등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무원 스님은 "다문화란 용어가 자칫 특정계층을 지칭하는 낙인 효과를 낼 수 있으니 '글로벌인'이라는 말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면서 "한국인이 세계인과 더불어 편견 없이 살려면 한국인이 먼저 바뀌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락빌리지 모습>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