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빗물이 되어 가만히 이 땅에 내리면 어디라도 외로울까. 이땅의 끝에서 모두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다시 둥글게 뭉개구름 되리라~."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국 각지에서 온 어린이 500여 명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얼핏 듣기에는 여느 어린이 합창대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참가자들의 이국적인 생김새가 눈길을 끈다.

다문화 어린이단원 비율이 50%가 넘는 합창단만을 대상으로 열린 전국 다문화어린이 합창대회다. 예선을 거치고도 전국에서 21개팀이 몰렸다.

이날 공연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한국다문화센터가 운영하는 `레인보우코리아 어린이 합창단`. 2009년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다문화센터가 공동기획 창단한 `레인보우코리아 어린이 합창단`은 그동안 KBSㆍEBS에서 다큐멘터리로 다뤄진 것은 물론 G20 정상회의 특별만찬, 여수엑스포 개막식 공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 등 굵직굵직한 공연을 해내며 다문화 홍보에 힘을 써왔다. 처음엔 한 명 한 명 어렵게 단원을 모았지만 이름이 알려지며 거쳐간 어린이가 벌써 200명이 넘는다. 올해도 인천 아시안게임 무대가 예정돼 있다.

레인보우합창단 이현정 단장은 "생김새가 다르거나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주눅들었던 아이들이 남 앞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감을 쌓는다"며 "처음에는 위축된 아이들을 칭찬하기 바빴는데 나중엔 지나치게 명랑해져서 통제하며 연습시키기 힘들었다"고 웃었다.

"필리핀계 아이들이 노래를 아주 잘해요. 아프리카계 친구들은 춤이 뛰어나고요. 단순한 합창 속에서도 다문화 자녀들의 다양한 장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서울 삼성동에서 주 2회 연습을 하는데 아이들은 파주ㆍ부천 등지에서도 기를 쓰고 연습실을 찾아온다. 이 단장은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1년 한국ㆍ이라크 정상회담 만찬공연을 첫손에 꼽았다. 이라크에서 가족이민을 왔던 두 형제가 이라크 총리 앞에서 아랍어로 인사를 하고 솔로무대를 가졌던 것.

"가무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이슬람문화 특성상 합창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노래를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노래 실력은 물론 한국말도 엄청 늘었지요. 부모님도 총리 앞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에 몹시 감격했습니다."

이 단장은 "초기에는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경우가 드물어진 걸 보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긴 했다"면서도 "이주여성 자녀에게 집중된 다문화 정책의 범위가 다각화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1년 합창단에 합류한 미국계 배유진 양(12)은 `폭죽이 아주 화려했던` 여수 엑스포 개막식 행사를 잊을 수 없는 공연으로 꼽았다. 배양은 "남들 앞에 서는 것이 재밌다. 내년엔 중학생이 되니까 공부에 집중해야겠지만 합창단엔 계속 나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레인보우합창단은 오는 26일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주말 온종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으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추성훈ㆍ사랑 부녀가 대웅제약을 통해 광고비를 전액 기부하며 가지게 된 기회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운영위원장은 "올 9월 독일 위문공연과 함께 오스트리아 빈 소년 합창단과 협연을 계획 중"이라며 "국내인은 물론 이주인, 외국인들의 글로벌 마인드 고취에도 레인보우합창단이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을 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의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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