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다문화어린이합창단이 초·중·고 교과서에 모두 소개된 것은 우리나라 다문화 현상의 성숙을 보여주는 증거죠. 창단 때 다문화인구가 100만명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창단 6주년을 바라보는 지금은 200만명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다문화의 산 역사가 바로 레인보우 합창단입니다."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 겸 레인보우 합창단 단장은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올해 개편된 초등학교 3∼4학년용 사회 국정교과서에 읽기 자료로 소개됐고, 교학사의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도 공연 사진이 실렸다. 지난해 금성출판사가 출간한 고등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에는 이 단장의 인터뷰가 담겼다. 합창단원들에겐 '아빠'와 같은 존재인 김성회 다문화센터 공동대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다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제는 뒤따라 창단된 여느 다문화 합창단과 다른 차원에서 아시아인 전체의 화합을 추구하는 원아시아의 메신저로 세계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6년 전인 2009년 7월 10일 매일경제미디어센터 12층 대강당. 서울, 인천, 안산 등 수도권 일대 다문화가정 2세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원들이 나름대로 각국 민속의상을 갖춰 입고 무대에 섰다.

당시 매일경제의 연중기획 '다문화 강국 레인보우 코리아'의 일환으로 한국다문화센터와 공동 창단한 레인보우 합창단의 첫 공개공연이었다. 합창단이라고 부르기 외람된 어설픈 화음이었지만 노래하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환한 빛이 흘렀다.

장대환 매일경제미디어그룹 회장은 이날 "세계 속의 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래의 주인공인 여러분들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미래를 축복했다. 연습실도 의상도 구하지 못한 채 닻을 올릴 때만 해도 과연 몇 걸음이나 걸을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다. 어렵사리 서울 봉천동 명락사 부속건물에서 피아노 한 대를 놓고 연습공간을 꾸렸다.

"학교에선 다문화가정 2세라고 하면 알게 모르게 따돌림당하기 일쑤지만 같은 처지의 아이들끼리 모여 노래하는 순간만은 다문화가정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한 공중파 방송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합창단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화음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잊고 정체성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 합창단의 목적이었고 그 목적은 120% 달성된 셈이다.

레인보우 합창단의 사연을 방송사가 앞다퉈 휴먼 다큐멘터리로 소개했고 국민들은 격려와 성원을 보냈다. 아이들의 뜨거운 참여 열정이 어설펐던 화음을 천사의 메아리로 변하게 했고 여수세계박람회,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G20 정상회의,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등 굵직굵직한 무대를 장식했다. 지난해에는 빈소년 합창단 초청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합창공연을 함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서울시와 현대차의 도움으로 서울 삼성동에 창단 후 처음 제대로 된 연습실을 얻었으나 서울시가 방침을 바꿔 '퇴거'를 요청했다. 길거리로 나앉을 뻔했던 합창단은 한국공항공사·코레일·농협 등 기관과 단체를 비롯해 추성훈·사랑 부녀 등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서울 충정로 오피스텔 건물 지하에 전용 연습실과 이주민 교육을 위한 강의실을 갖춘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지난 2월 27일 개소식에는 창단 때부터 응원해준 후원인들이 모두 모였다. 몰라보게 성숙하고 세련된 합창단원들의 화음과 율동에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도 보였다.

이 단장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빈소년 합창단처럼 세계 속에서 한국을 알리는 문화적 표상이 되기 위해서는 길이 멉니다. 아시아가 국경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해가는 원아시아 시대에 성숙해진 한국의 다문화 현상을 알리고 아시아의 문화적 리더로서 한국의 위상을 굳히기 위해 레인보우 합창단이 더 멋진 화음으로 아시아인들을 매혹시키겠습니다."

[이창훈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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