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강국 레인보우 코리아 / 다문화합창단 오디션 ◆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현노을 양(개운초 3)의 노랫소리가 120석 규모의 소극장에 울려 퍼졌다.

노을 양은 중국 출신 다문화가정 어린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서툰 발성이지만 피아노 반주에 맞춰 사뭇 진지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은 심사위원석에 앉은 곽신영 한양대 성악과 교수의 얼굴에 미소를 어리게 만든다.

지난 23일 서대문청소년수련관 소극장에서 국내 최초 다문화 소년소녀 합창단인 `레인보우코리아합창단` 오디션이 열렸다. 노을 양을 포함해 30여 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엄마 손을 꼭 잡고 오디션장을 찾았다.

이날 오디션에는 노을 양뿐 아니라 언니인 오름 양(개운중 2)과 지혜 양(개운초 4)도 참가했다. 세 자매의 어머니인 중국 출신 황민 씨(40)는 "매일경제신문을 보고 오디션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아이 셋이 다 노래를 좋아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1994년 회사원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황씨가 가끔 주2회 중국어 과외를 해서 살림에 보태긴 하지만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아이가 셋이나 되다 보니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워요. 큰애가 좋아하는 피아노학원도 체르니30번 초반에서 끊을 때는 어찌나 미안하던지…."

황씨가 미안한 듯 오름 양의 손을 꼭 잡자 오름 양은 "괜찮다"며 밝게 웃었다. 노래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건 어떤 환경이든 원하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게 황씨의 얘기다. 또 세 아이의 입을 통해 전파되는 `희망의 메아리`는 황씨 부부에게도 삶의 활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린 참가자들은 난생 처음 심사위원들과 대중 앞에 선 긴장감 때문에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해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행사를 주관한 EU 메노뮤직의 장영동 회장은 오디션이 끝난 뒤 "예상대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단순히 기술적인 노래능력보다는 호소력과 참가 의지 중심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전문 합창단 못지않은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멋진 목소리로 동요 `숲속을 걸어요`를 불러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은 추건욱 군(청파초 5)은 학교에서 합창반을 한 경험이 있다. 추군은 "최근에 중부교육청 동요부르기 대회에 친구들과 4중창으로 나갔는데 아쉽게 학년예선에서 탈락했다"며 "이번에 다문화합창단에 들어가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You Raise Me Up`을 친구들과 함께 부르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심사를 맡은 곽 교수도 10세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KBS라디오합창단에 입단한 후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좋아하는 노래를 열심히 부르다 보니 어느 순간 교수가 돼 있더군요. 제가 그랬듯이 오늘 이곳을 찾은 아이들도 레인보우합창단에서 꿈을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심사 결과는 7월 초순에 개별적으로 통보되고 9월에는 첫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다문화센터가 창단하는 레인보우코리아합창단은 SK텔레콤과 스포츠토토가 창단과 운영을 위한 자금을 후원한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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