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강제 출국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미누(본명 미노드 목탄)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 23개 단체로 꾸려진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누가) 인정머리 없는 이주 정책에 의해 추방됐다"고 성토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미누는 1992년 15일간의 여행비자로 입국해 18년간 국내에 머물러 왔다. 그는 의정부 등지의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KBS 외국인 예능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문화활동을 펼쳤다. 다국적 밴드인 `스탑 크랙다운`을 결성해 활동했으며,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MWTV`를 만들기도 했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는가 하면 공식적인 정부 행사에서 공연도 했다.

한국인에게 정서적으로 친근했던 미누의 강제 추방은 온정주의를 촉발시켰다. "이주노동자를 싼 임금으로 데려와 쓰는 노예제도를 폐기해야 한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노동자만이라도 합법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진보 성향 매체들도 앞장서서 동조하고 있다. 다문화 시민활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미누 현상`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누처럼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물러 온 이주노동자들은 고국에서의 삶의 뿌리가 끊겨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 그렇다고 불법체류 신분으로 국적을 취득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개인의 안타까운 사정만 생각하면 특단의 혜택을 베풀어 구제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현재 25만명 가까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살고 있고, 입국 대기 인력도 수십만 명에 달한다. 법무부가 미누를 석방했다면 앞으로 이들을 규율할 명분을 잃게 된다. 미누처럼 며칠간의 여행비자로 들어와 막무가내로 눌러앉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주노동자가 실정법을 어기는 행위는 눈감아주고, 내국인의 불법은 처벌하는 것도 모순이다. 한국 사회 법 관념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몇몇 언론은 지금까지 미누를 내버려두고 감사패까지 주었기 때문에 단속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관계당국의 해이는 마땅히 질책받아야 하겠지만 이로써 단속의 근거와 명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정부의 행위가 다문화 사회와 인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는데, 사회의 공기인 언론이 법치 자체를 부정한다면 한국 다문화는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런 다문화 정책은 국민에 의해 거부당하고, 이주민과 내국인의 갈등만 촉발시킬 뿐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왜 선진국에서도 불법체류자에 대한 법 적용에 엄격한지, 언론이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무턱대고 비판하지 않는지 그 배경을 성찰해야 한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온정주의로만 다룬다면 이로 인한 법질서의 붕괴와 혼란은 미누보다 훨씬 불우한 수만,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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