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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정부가 17일 다문화 정책에 대한 총괄 조정 기능의 강화를 위해 정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발족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18일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립", "이민청 등 다문화 정책 총괄 부서 설치" 등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김정원 서울교대 교수(생활과학과.다문화교육연구원장)는 교육과학기술부가 17일 '초ㆍ중ㆍ고교 과목을 줄이고 특정 과목을 몰아 배우는 집중 이수제 도입' 내용을 골자로 발표한 '2009 개정 교육과정안'은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도덕, 실과(초등생), 가정(중ㆍ고생) 과목을 사회 과목과 통합하거나 선택과목으로 변경하는 등 작금의 다문화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록 포천다문화네트워크 대표는 다문화 정책이 외국 이주민의 10%에 불과한 결혼 이민자를 주대상으로 추진돼 이주노동자, 동포, 유학생 등에게 소홀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외국인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문가 4인의 견해를 정리한 것이다.
◇김정원 서울교대 교수(생활과학과.다문화교육연구원장)
초ㆍ중ㆍ고생 대상의 '2009년 (개정) 교육과정안'은 학교 현장의 변화하는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초등과정의 경우 다문화 교육과 밀접한 도덕과 실과를 각각 사회 및 과학과 합치는 것은 과목수만 줄이는 데 관심을 둔 것으로 다문화 현상에 대한 효율적인 교육 기회가 그만큼 적어지게 됐다. 또, 중ㆍ고생에게 다문화 등 가족관계를 가르치는 가정 과목이 고교에서 선택과목이 되고, 학교 교장이 20%의 교육과정 조정 재량권을 갖도록 하는 것은 입시 위주 과목의 편중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다문화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려면 다문화 가정 자녀(10만 8천명.이하 2009.5 행안부 자료) 중 60%를 차지하는 유아·어린이 교육으로 접근해야 하며 다문화 및 일반 가정의 어린이와 학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자아 정체성, 반편견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
또,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찾아가기 교육'과 병행해 이들을 초등학교로 불러 한글 및 사회문화, 역사 등을 가르치는 등 기존의 공교육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태주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한성대 교양학과 교수)
다문화 정책의 주요 대상이 결혼 이주여성이다 보니 미등록 노동자와 자녀들의 적응, 또 학교에 가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 문제 등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보호 또는 사회복지의 대상을 차상위 계층뿐 아니라 실제 수요자들이나 경제적으로 불우한 대상까지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이들을 단순한 복지 대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활능력을 키워주는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또, 농촌지역 등 다문화 아동이 많은 학급에서는 적극적으로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공중파 등 정규 미디어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방송 프로그램도 마련하는 등 외국 이주민을 적극 배려하는 소수자 우대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규제나 단속 위주의 법무행정이나 여러 부처별 행사 위주의 이벤트를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인구 구성을 감안한 이민자 적극수용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총괄조정 기능을 가진 이민청 설치 등 마스터플랜에 입각한 단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
7∼8개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다문화 가족지원 업무에 대한 '총괄 컨트롤 타워'의 출범으로부처 간 중복 업무가 개선되고 한층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다문화 가족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총리실 산하의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가 분리됨으로써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 또, 결혼이주민 위주의 다문화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부모 재혼으로 중도에 입국한 다문화 가정 자녀,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 북한 이탈주민(새터민) 등은 복지 혜택은 물론 전수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불만을 제기해 왔다.
이를 감안해 더 많은 이주민들이 혜택을 누리도록 공공기관에 통ㆍ번역센터를 설치하는 등 이주민의 언어소통 불편 해소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또, 국적 취득 절차의 합리화 등 법률적 정착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아울러, 부처간 정책 중복 상황을 개선, 효율적인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다문화ㆍ이민청 등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외국 이주민에게 민원행정, 교육, 금융,보건의료, 통번역서비스 등 체계적인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 시행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신상록 포천 다문화네트워크 대표
법무부는 2007년 제정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따라 그동안 다문화 정책의 브레인(두뇌) 타워 역할을 하게 돼 있지만, 다문화ㆍ사회통합정책이 복지 등 서비스 차원에 치우치다보니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국 이주민들에 대한 다문화 정책서비스는 캐나다처럼 다문화사회 통합시스템의 골격과 법적 틀,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정책도 없이 서비스만 양산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이 없다 보니 서비스 차원으로만 집중돼 전체 이민자의 10%에 불과한 결혼이민자에게 상당수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산업인력으로 기여하는 게 많은 이주 노동자와 동포, 유학생 등이주민 모두를 다문화 정책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포괄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또, 부처 간 행사의 중복이나 반복, 또는 눈에 보이는 사업에만 치중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다문화 사회를 총괄 관리하는 이민청의 설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이민ㆍ다문화 자원을 관리, 개발해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자원이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국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교육기관 및 미디어 등을 통해 일반인, 특히 아동 및 성인에 대한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duckhw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