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5일 한국다문화센터는 창립 1주년 기념식과 레인보우 합창단 창단공연을 가졌다. 행사를 치르면서 ‘벌써 일 년이 다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센터를 창립하고 정신없이 나아온 한 해였다.

그동안 다문화 가정 자녀-대학생 1:1 학습상담, 국회 다문화포럼 창립, 다문화어린이합창단 ‘레인보우 코리아’창단, 정책자문단 구성, 다문화통합기본법 국회제출 등 많은 일들을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몇 명 안되는 일꾼으로 그 많은 일을 해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한 데는 (사)한국다문화센터를 이끌고 계시는 보선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무원 스님(천태종 총무부장), 김의정(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등의 임원진과 주위에서 든든한 후원을 해준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믿고 좋은 일에 써달라고 후원해준 기업과 사람들이 있었기에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다문화센터를 설립할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힘을 불어넣어준 불교계가 큰 힘이 되었다. 불교와 인연을 맺으면서 ‘다문화’와 불교는 여러 가지 점에서 잘 어울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이주민 차별의식’을 문제 삼고 있다. 실제 다문화 운동을 하다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아무런 죄도 없는 다문화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왕따가 되고, 놀림을 받아 학교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한국말과 문화를 이해 못하는 어머니가 숙제를 도와주지 못해 ‘모둠’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어 친구들로부터 배척받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다문화 가정 자녀의 중학교 진학률은 60%에 못미치고, 고등학교 진학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어린이는 이순신장군에 대해 배울 때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이순신장군을 죽였지!’라는 욕설을 들어야 하고, 동남아지역 어머니를 둔 아이는 ‘거지’라는 놀림과 함께 ‘냄새나 저리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 아이들은 죄 없는 ‘어머니’를 원망하고, 그 어머니는 아이에게 죄인이 되고 만다.

자연에 해를 끼치면 언젠가는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말처럼, 다문화 자녀 가슴의 피멍이 미래에 어떤 재앙을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편견과 차별’, 내년에는 이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주민은 한국 사람과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한국 사람들은 열린 마음으로 이주민과 함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다문화 포용력이 있는 사회도 찾기 힘들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민족종교가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 마음에 2000년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불교의 정신도 그렇고, ‘홍익인간’을 표현하고 있는 건국이념도 그렇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처럼 다문화 이념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큰 전환점에 서 있다. 열린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선 국가의 정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아무리 사회제도가 잘 갖춰져있어도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차별을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국가의 역할보다 종교의 역할이 더 크다. 그래서 새해에는 국민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불심이 열린 다문화사회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이 열린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데 불교지도자분들을 비롯하여 많은 불자들이 다함께 나서주길 기대해본다.

사무총장
김 성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