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슴 가슴마다 작은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랄라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지난 30일 레인보우코리아합창단 인터뷰를 위해 봉천동에 자리한 다문화사찰 명락사를 찾았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티없이 맑고 고운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랫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곳은 다문화교육관. 교육관 앞에는 아이들의 신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신발 모양도 각양각색이고 벗어놓은 폼도 제각각이다. 신발들을 보자마자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이 한눈에 느껴져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맑고 고운 음색이 영락없는 '천사들의 합창'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침 연습이 한창이다. 아이들은 어찌나 연습에 몰두했는지 누가 찾아왔는지 눈길도 돌리지 않는다. 31일 종각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 타종현장에서 부를 노래연습 때문에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란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중에는 피부가 조금 검거나 머리카락이 곱슬인 아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다들 똑같은 한국어로 노래하고 있었다. 한 곡이 끝나자 아이들의 자세가 금세 흐트러졌다.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왁자지껄한 모습이다.
"자, 줄 똑바로 서고 다시 손 모으세요." 최재혁 지휘자가 짐짓 엄격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혼내보지만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 앞에 금세 웃음을 짓고 만다.
"너희들, 이래 갖고 내일 공연 제대로 할 수 있겠어?" '공연'이라는 말이 나오자 언제 떠들었냐는 듯 아이들이 자세를 바라잡고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했다. 웃고 떠들던 표정이 어느새 다부지고 당당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레인보우코리아합창단은 지난 7월 중국과 일본, 파라과이, 파키스탄, 태국, 배트남, 필리핀 등 7개국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엄마나 아빠를 둔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 33명으로 창단됐다.
이현정 합창단장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 차원에서 합창단을 창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티없이 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이지만 이현정 합창단장은 "처음 오디션을 볼때만 해도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주눅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아이들이 노래하는 데 힘이 없고 입도 잘 벌리지 않았어요. 마음도 잘 열지 않았고요. 그러다 함께 캠프도 다녀오고 친해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됏는데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하나같이 깊은 상처가 있더라고요. '엄마가 일본인이니까 넌 우리나라 사람이 아냐. 너네 나라로 가'라는 말에 펑펑 운 친구도 있고, 피부색이 검다고 놀림받는 친구도 있고요. 그런 얘기를 들이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그러던 아이들을 변화시킨 건 '노래의 힘'이었다. 일본인 아빠를 둔 낙새문(9) 어린이는 "노래를 하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친구들과도 더 잘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면서 친구들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으니까 넌 우리랑 놀 수 없어'라고 말했을땐 너무 속상해 엉엉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부를 수 있어요."
파키스탄 아빠를 둔 정진영(10) 어린이는 인형처럼 예쁜 외모에 맑은 미소를 지녔다. 진영 어린이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참 즐겁단다. 그래서 장래희망도 음악선생님으로 정했다. 진영 어린이도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놀리는 친구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당당히 말해주고 싶단다.
"얘들아. 나 놀리지 마. 우린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잖아."
"무지개빛 꿈을 노래해요" 아이들은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상처뿐 아니라 어른들의 상처까지 함께 치유하고 있다. 이들의 노래를 듣고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는 관객들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수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가수 인순이와 함께 부를 '거위의 꿈'을 연습했다. 무겁고 차가운 세상의 벽 앞에서 당당히 마주설 수 있다는 노랫말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 아이들의 꿈은 무슨 빛깔일까. 아마도 레인보우코리아합창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지개 빛깔이지 않을까. 맑고 고운 노랫소리와 함께 이들의 꿈도 무지개빛으로 아름답게 영글어가고 있는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