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국어를 못해 늘 혼나고 `반일감정` 때문에 친구들한테도 왕따를 당했는데 동생한테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좋은 멘토가 될게요."

`2010 다문화가정-대학생 온라인 멘토링 사업 협약식`이 열린 17일 서울 중구 필동 매경미디어센터 12층 대강당. 행사를 참관한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김은주 씨(20)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김씨는 앞으로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자녀와 온ㆍ오프라인에서 만나 학습활동을 돕고 고민도 들어줄 대학생 멘토 `1호`.

김씨 역시 일본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초등학교 시절 부족한 국어 실력과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마음의 상처가 컸지만 어느덧 훌쩍 자라 올해 다문화가정 자녀 특례입학으로 동국대에 들어갔다.

이날 법무부ㆍ경상북도ㆍ매일경제신문사ㆍ교원그룹ㆍSK텔레콤ㆍSK브로드밴드ㆍ영남대ㆍ한국다문화센터 등 8개 기관이 의기투합해 닻을 올린 다문화가정 온라인 멘토링은 한마디로 김씨와 같은 성공 사례가 다문화가정에서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 모델이다.

그 첫 출발로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경상북도가 야심 찬 도전을 시작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지역 초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는 2007년 665명에서 2009년 1408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우리 말과 글이 서툰 현실 때문에 취학과 동시에 기초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해 지역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실제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자녀의 미취학률은 △초등학생 15.4% △중학생 39.7% △고등학생 69.6% 등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북도와 영남대는 다음달 중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100명과 영남대 재학생을 중심으로 100명의 대학생 멘토를 선발한다.

이 중 3명은 김씨를 비롯해 올해 동국대 다문화가정 자녀 특례입학에 합격한 3명의 새내기 대학생으로 채워진다.

영남대 재학생 멘토는 미래 교사를 꿈꾸는 사범대 및 교직 이수 학생을 중심으로 뽑을 예정이다.

멘토와 멘티가 온라인에서 만나는 데 필요한 컴퓨터 200대는 법무부가 무상 지원한다.

교원그룹은 양질의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년별로 체계화된 학습지(빨간펜)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사용료와 영상캠 등 컴퓨터 주변기기를 지원한다.

멘토들은 5월부터 매주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습을 도우면서 느낀 애로사항과 제언 등을 리포트로 만들고 분기별 멘토링 성과보고회를 연다.

이들이 다문화가정 자녀와 만나 기록하는 내용은 다문화 한국에 요긴하게 쓰일 생생한 현장보고서다.

5월 말 예정된 오프라인 행사(상상놀이 봄소풍)에서는 문화예술과 결합한 봄소풍을 테마로 멘토와 멘티가 함께 손을 잡고 박물관, 민속관, 공연장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대학생 1호 멘토 김씨는 "부모님도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멘토가 됐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하고 격려해 주셨다"며 "경북도를 시작으로 이번 사업이 하루빨리 전국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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