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창립대회에서 김상철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다문화가 공존하는 열린 공동체 건설’을 기치로 내건 사회단체가 출범했다.

(사)한국다문화센터는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현재 국소적, 지역적으로 벌어지는 다문화운동을 보다 통합적 국민운동으로 확대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다문화센터는 이념과 지역, 종교 등의 차이를 넘어 ‘하나된 대한민국’을 목표로 다문화 현상 및 지원정책을 진단, 제시하기 위한 단체다. 단체 공동대표와 자문위원 등에는 좌우, 기독교와 불교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한나라당 김선동, 민주당 김유정,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 등을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다문화센터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생활 곳곳에 다문화가 자리잡아 ‘단일민족’이었던 한국사회가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다문화적 역량과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운 융성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이날 공동대표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보선 스님(대흥사 회주)과 김상철 전 서울시장(미래연구원 이사장)이 선출됐다. 사무총장에는 김성회 거버넌스21 실행이사, 운영위원장에는 류석춘 교수(연세대 사회학과), 자문위원장에는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부장인 무원스님(황룡사 주지)이 각각 선임됐다.

김상철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것을 수탈 혹은 약탈하지 않고 선진국이 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제 한국 내 외국인은 이주근로자를 포함, 그 가족, 유학생 등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부정과 회한, 타인에 대해 비방하는 풍토를 떨쳐버리고, 단일민족을 내세워 다른 민족을 배타시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어 “다문화 센터는 우리 사회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꽃을 피우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량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 내 외국인들이 ‘외국인’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선 공동대표는 “이전에도 많은 단체들이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고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고 공신력있는 노력이 진행되기 위해선 보다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다문화 운동이 필요하다”며 “과거 베트남 출신의 외국인들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도왔던 것처럼 마음의 벽을 허물어 외국 이주민들을 동포로, 가족으로 포용해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이룩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다문화센터 자문위원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아시다시피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단일민족이 아니다. 이미 인종과 문화를 달리하는 국민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국민통합을 하기 위한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 땅에 뿌리내린 다문화 가정, 사람들이 이 사회에 소속감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한국에 거주하는 1만 4000여명의 탈북자들은 통일 후 함께 살아가려는 북한 동포들의 선발대격”이라며 “이들과 함께 어울려 작은 통일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다문화국가가 될 수 있도록 센터가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격려사에서 “작년 버지니아 총기난사 참사 때 미국인 다수는 한국인을 욕하지 않고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록 방치한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다’고 반성했다. 우리는 유독 수출은 하지만 수입은 하지 않으려는, 외국 이주민들에 다소 배타적인 면이 있는데 이처럼 열린마음으로 소통해 나가야 한다”면서 다문화사회로 발전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다문화센터는 △다문화 방송채널 설립 △나라별 커뮤니티 및 지원 네트워크 구축 △다문화 청소년 육영사업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운동 전개 △탈북 다문화가정 지원 등과 함께 다문화 사회에 대한 범국민 캠페인도 벌일 계획이다.

특히 다문화 방송채널은 총 24억원 가량의 예산을 정부 지원과 후원 등을 통해 조성, 2010년 개국할 예정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정보 제공 프로그램, 교양강좌 등을 제공한다.

또 탈북자를 위한 정착적응훈련과 직업교육 등을 실시, 한국 사회에 재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고,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다문화봉사단’을 구성, 교육과 의료 등의 자원봉사도 펼치기로 했다.

류석춘 운영위원장은 “외국인 거주자는 가족까지 합하면 4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문화 사회현상은 보수와 진보가 이념에 매몰돼 시간을 끌기엔 시급한 문제임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다문화적 역량과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열린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창립대회에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은 다문화정책과 운동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면서 민관협력적 다문화정책 모델개발과 그에 따른 법령과 기구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다문화정책의 대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성회 사무총장은 “다문화 정책이 국적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다문화정책은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국적에 따라 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 보편적인 인권과 복지차원에서 다뤄질 다문화정책은 과감히 민간에 이양하는 민관협력적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혜실 다문화가족협회 공동대표는“김 총장의 논지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이런 논리라면 외국인 노동자의 무국적 자녀는 교육 기회가 박탈돼 모든 아동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며 “정부는 진정한 다문화주의에 입각하여 국적과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문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다문화정책의 수혜가 공평하고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구 사례와 외국인 이주의 단계별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다문화이론 및 정책개발을 통해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에 따른 갈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다문화정책은 거버넌스 차원에서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흔성 구미 다문화가정 지원센터 대표는 “우후죽순으로 펼쳐지는 다문화정책과 단체들이 정리될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현재의 다문화정책은 만족도가 높지 않은 만큼, 수혜대상에 맞춰 현장을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