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 희망을 상징하는 무지개 빛깔 세계 전통 의상을 입은 다문화가정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코리아` 30명이 경쾌한 재즈곡 `싱 싱 싱(Sing Sing Sing)을 합창하자 관객 600여명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마림바와 드럼, 피아노 반주에 박수 소리까지 더해지자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신나는 율동을 곁들였다.
박혜성씨가 지휘하는 합창단이 앙코르곡으로 `아빠 힘내세요`를 부르자 눈물을 닦아내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사회 편견을 극복하고 밝고 건강한 화음을 이뤄내는 모습을 대견해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지원을 위해 이날 자선 음악회 `투 노우, 투 러브(To know, To love)`를 주최한 전 휄리시아 덕영재단 이사장은 "씩씩하게 아빠를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 기특해 가슴 뭉클했다"며 "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덕영재단은 이날 공연 수익금 전액을 다문화가정에 기부할 예정이다.
공연을 관람한 남유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아이들이 `아리랑`을 부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어두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밝게 만드는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의 힘에 놀랐고 다문화가정을 돕는 손길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은 음악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 위해 2009년 7월 창단됐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아이들이 일주일에 2회 합창 연습과 공연을 함께 하며 `음악 우정`을 쌓고 있다.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으나 입단후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합창단의 허심영양(대현초등학교 5학년)는 원래 말수가 거의 없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노래를 부르면서 활발해졌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허양은 학교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라"고 놀리는 친구들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수를 꿈꾸며 열심히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이지민양(고척초등학교 5학년)은 학교에서 `왕따`여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으나 합창단 입단 후에는 밝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이양은 "TV에서 소프라노 조수미 선생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며 "나도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정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장은 "친구들의 따돌림과 폭언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합창단에 들어와 큰 공연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날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에 앞서서는 덕영트리오와 마림바 연주자 심선민-앙상블 리드미코가 무료로 공연을 했다. 덕영트리오 멤버인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씨는 맹인견 `찬미`를 끌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가 30여분 동안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3중주 4번 `둠키`를 연주하는 동안 개는 짖지 않고 가만히 무대에 앉아 있었다. 김씨의 눈이 되어준 이 개는 삼성화재의 무료 지원 맹인견이다. 김씨는 이 개와 덕영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프로 연주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