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를 통해 따뜻하고 인정 있는 나라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다문화 강국` 전도사다. 락앤락의 올해 역점 사업도 다문화 가정 지원 등 다문화 진흥 사업으로 정했다. `다함께 코리아`라는 사내 캐치 프레이즈도 직접 만들었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 홍보를 위한 전략적 캠페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경제의 `다문화 강국 레인보우코리아 10대 액션플랜` 중 대학생 멘토링 사업 지원을 위해 한국다문화센터에 5000만원을 쾌척했다. 그것도 회사 기금이 아니라 한 달분 월급 2000만원을 선뜻 `시드머니(seed money)`로 내놓았다.

김 회장이 다문화 가정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다문화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락앤락은 주방용기 시장에서 타파웨어, 러버메이드 등과 어깨를 견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동남아 시장점유율이 높다 보니 한국에 대한 우호적 정서에 따라 구매가 좌우되는 현상을 봐 왔다"며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다문화 철학은 단순히 애국 차원의 깊이를 넘는다.

김 회장은 "다문화 정책에는 다문화 가정의 출신국 언어와 관습을 존중하며 다양성 속의 조화를 추구하는 `샐러드볼` 정책과 하나의 문화권으로 차별 없이 동화시켜 나가는 `멜팅포트` 정책이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선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샐러드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근거에 대해 "무지개는 일곱 색깔이 제 빛깔을 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지, 모두 섞어 놓으면 검정색이 되지 않느냐"며 "진정한 다문화 강국의 경쟁력은 문화적 다양성의 승화에 있는 만큼 조급함을 버리고 멀리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가 외국인에 배타적 풍토가 강해 화교들이 못사는 유일한 나라라는 말을 듣는가 하면 능력이 뛰어난 젊은 화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은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들이 외국인과 결혼해 말 그대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겠다고 하면 허락하겠느냐는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도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라며 "예컨대 중국의 경우 여자의 친정 부모를 모시는 전통이 있는데, 10년 뒤에도 문화적 차이점을 극복할 자신이 있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신중한 사려가 엿보이는 `모범 답안`이었다.

김 회장은 다문화 정책에 대한 철학만큼이나 정도(正道) 경영을 추구하는 올곧은 경영인이기도 하다.

락앤락이 밀폐용기 제조 분야에서 수많은 아이디어와 특허로 세계 굴지 주방용기 업체로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먼저 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한 뒤에는 어려움을 끝까지 참아내는 인내와 열정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불황을 맞아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기피하는 가운데 락앤락은 올 1분기에만 40여 명을 채용했고, 올해 총 13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의 인재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스펙(spec)보다는 열정`이다. "자기의 현실보다는 세상을 넓게 멀리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며 "인재 중심 경영으로 10년 뒤 락앤락을 한국 기업의 문제점을 탈피한 모범 다국적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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