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다.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우면서 우리 국민경제도 질곡에 빠져 신음하는 요즘이다. 괴롭고 힘들다는 탄식이 밝고 따사로워야 할 봄날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때로 자기에게 다가온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자신에게 이렇게 어려운 일만 닥치는가 원망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내가 봐도 고통받는 그들은 대개가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의 시간 속에서는 그들이 받아야 하는 고통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찾을 수 없다고 해서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인과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를 벗어나 존재하는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생의 시간을 보면 그는 지금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원인을 반드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전생을 알 수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대답은 너무나 분명하다.

현재를 봐라. 현재의 고통을 보고 있으면 전생에 지은 일들이 그대로 떠오른다. 내가 그랬었나봐, 하고 전생의 일을 수긍할 수 있을 때 그는 지금의 고통 역시 이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막연한 내생을 꿈꾸는 자는 어리석다. 그러나 현재의 나 자신을 가늠해보면 미래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순환고리를 이해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순간 고통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되는 것이다. 그때 그의 현재는 영원이 된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라는 삼세의 시간을 그는 이 순간에 다 만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사람은 현재라는 시간을 잃어버리고야 만다. 그의 현재는 고립돼 있는 시간이고 그 시간은 결국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인생도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의 권력자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 치의 오차도 빈 틈도 없이 정확한 인생 컴퓨터의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이다.

`잡아함경`에 이와 관련한 부처님의 직설이 있다.

"연기의 진리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부처가 이 세상에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간에 진리의 세계는 항상 있어서, 부처는 이 진리를 스스로 깨닫고 최고의 깨침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위하여 밝혀 연설하고 열어 보이고 나타내 보이느니라."

우리가 고생한 만큼 남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도움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국민이 해외 이주 붐으로 해외로 해외로 나갔을 때 갖은 고생과 차별, 학대를 받아왔다. 해외동포들은 아직도 그 상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려 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다민족 문화 현상에 우리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모진 시집살이를 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 그대로 시집살이를 시킨다는 말이 있다. 믿고 싶지 않은 말인데, 이것이 그대로 되물림되고 있다. 서로가 힘든 세상이다. 힘든 세상일수록 밥그릇 다툼에 마음이 인색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부드럽고 여유 있는 마음을 지을 줄 알아야 한다.

불자이든 아니든 그것이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이고 삶을 누리는 자의 권리다.

쉬운 일은 누구나 할 줄 안다. 그러나 누구든 하기 힘들어 할 때 해보자. 모두가 하지 못할 때 관용과 베풂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자. 각박해질수록 마음을 풀어 보자.

[보선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겸 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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