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문화센터

[Special Guest] 진 영 한나라당 의원

조용한 원칙주의자 진 영 의원, 盧 연수원 동기로서 “盧게이트 참으로 가슴 아프고 기가 막힌 일”

진 영 한나라당 의원<사진>은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확실한 원칙이 없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단독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고,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투데이>는 17대와 18대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나라당 측 간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대책특위 위원, 예결특위 위원 등 통일, 외교, 경제 전반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친 진 의원을 만나 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 무기 연기와 세계적 경제위기 해법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진 의원은 정부가 PSI 전면 참여 발표 무기 연기와 관련, “PSI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제안돼 만들어진 것으로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정도가 참여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난 정권에서 전면 참여했어야 했지만 북한을 의식해서 부분적으로 참여했던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전면 참여를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발표하는 것이 옳았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PSI 참여를 대북정책의 대응책으로 쓴 것은 부적절하다”며 “북한이 싫어한다고 해서 안하거나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전면 참여를 고려했던 것은 부적절하고 신뢰를 떨어뜨린 잘못된 과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MB 정부의 대북정책에 확실한 원칙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특히 “국제사회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살상무기가 확산되거나 기술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 남남관계 해소하고 한목소리 내야”

여당 내 대표적 ‘외교·안보통’으로 통하는 진 의원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내부 토론을 하고 북측에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대북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공감대를 이뤄 대북정책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진 의원은 “대북정책도 대화와 협상인데 남쪽에서 갈등을 일으키면 협상에 나가는 사람들이 힘을 받을 수 없고, 지지가 반쪽이니 성공도 절반밖에 못한다”며 “조금씩 양보해 공감대를 이룬 토대 위에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은 그의 다양한 인사들과의 폭 넓은 정책대화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보면 이념적으로 극단적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며 “여야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 밖의 시민단체들도 북한을 도와주자는 것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정책에 대한 갈등과 이견들이 폐쇄된 이념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서 이념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대다수는 이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정치인, 언론계, 시민단체들에 의해 이념이 굉장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며 “통합을 이끌어야할 사람들이 통합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진 의원은 “의견일치가 안 되면 어떻게 협상에서 성공하겠느냐”며 “남북관계를 하면서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에 대북정책협의체에 대한 구상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북한의 실체를 보는 관점이나 남북관계에 있어 추구해야할 가치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해보면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동기가 보는 ‘노무현 게이트’

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제7기) 동기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국민으로서 참으로 가슴 아프고 기가 막힌 일”이라며 “전에는 상당히 가깝게 지냈고 정치를 하면서 소속 당이 달랐기 때문에 자주는 못 만났지만, 그래도 정치를 깨끗이 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인정해왔는데 이번에 상당히 실망했고 국민도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검찰의 수사 태도에 대해 “검찰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서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수사 내용이 매일 언론에 공개되고 있고, 노 전 대통령 측과 말 공방이 전개되고 있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고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중계 방송하는 식의 검찰수사는 부적절하고 국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이런 수사 처음 봤다”와 같은 맥락이다.

진 의원은 최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처리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관련, “상임위 상정, 통과과정에서 보인 물리적 제지와 강행 처리 과정이 너무나 부끄러웠다”며 “이 같은 장면들이 되풀이 되는 것은 국회가 반성해야할 점이다”고 자성했다.

진 의원은 “FTA 비준동의안은 통과든 부결이든 17대 국회에서 처리를 했어야한다”며 “17대 국회가 가장 많이 노력을 기울인 문제고 특위까지 구성해 수십차례 출장도 갔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 제 1과제로 추진했던 일인데 그것을 방해한 사람들이 많았고 표결처리되지 않은 것은 애석하다”고 털어놨다.

◇“정부 주도 일자리 만들기, 구시대적 발상”

진 의원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경제위기 극복방안”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진 의원은 “위기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투자도 늘려야하는 것은 맞지만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모범답안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성장이 될 수 있는 곳에 돈을 써는 것인데, 자칫 잘못하면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때 일수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투자의욕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성을 줘야한다”며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토목·건설사업 중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 “토목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 일시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끝나면 부작용이 많은 재정투자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아주 세심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자꾸 운하와 연결시켜 반대하는데 정부가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것은 신뢰의 문제다. 강을 살려서 뱃길을 만드는 것은 필요한 투자고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양성 프로젝트

다문화기본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진 의원은 “한국에서도 오바마가 탄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한국다문화센터 등 일각에서 ‘오바마 양성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한 뒤 “다문화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이고 우리끼리만 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미국을 보면 피부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가게에서 주인을, 매니저를, 점원을 하며 지내는데 우리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한 식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잘 안된다”며 “우리도 이제 얼굴이 다른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의식이나 문화, 쨉돋?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기본법은 독자적인 부처가 다문화와 관련된 정책 및 민원 서비스를 총괄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심각한 경제위기와 양극화, 사회 혼돈 속에서 사회적 기업이 21세기형 복지정책의 구체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 의원은 “복지를 어떤 형태로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사회적 기업은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어려운 사람에게 일자리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사회적 기업에서 5년을 일하면 나가서 독립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 줘야한다”고 말했다.

보수색깔이 강한 한나라당에서 복지를 설파하는 진 의원.
그는 “사회적 기업 구상은 한나라당의 색깔과도 맞고 어느 당의 노선과도 상관없는 미래의 복지 형태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진 영 의원(서울 용산)은 외유내강(外柔內剛)형 원칙주의자이다.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인 2004년 4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박근혜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으로 지내면서 박 전 대표를 측근에서 보좌했다.

하지만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 경선캠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이라는 본질과 동떨어진 대선후보 경선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신분에 맞지 않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에게서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내심 지지하면서도 법치의 기본이 되는 원칙을 버릴 수 없어 중립을 지킨 것이다.

그는 폐쇄적인 원칙주의자는 아니다. ‘다문화기본법’ 제정 추진, ‘대북정책협의체’ 구성 제안 등에서 보듯 다양성을 추구하는 열린 합리주의자이기도 하다.

진 의원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로서 법조인의 길을 걷다가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한 재선의원이다.

<김승섭 기자 cunjams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