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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정부가 이민ㆍ다문화정책을 체계적ㆍ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이 업무를 전담할 이민청 같은 부서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민정책포럼에서 한국다문화센터 김성회 사무총장은 정부의 이민ㆍ다문화정책의 문제점으로 다문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 부족, 통합적 컨트롤 타워의 부재, 특정 분야로 예산 편중 등을 꼽으면서 이민ㆍ다문화청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의 이민정책을 말한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법무부와 국회다문화포럼,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 한국다문화센터가 공동주최하고 연합뉴스가 후원했다.
김 사무총장은 우선 다문화 문제가 단순히 다문화가족을 비롯한 이민자들의 인권이나 복지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가정체성과 정책기조와 관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에서 인권과 복지가 우리보다 부족해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종교의 문제이자 국가정체성의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선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기조에 대한 논의 없이 막연한 다문화 공생을 이야기하거나 다문화 문제를 인권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가성격을 민족국가, 국민국가, 세계국가 중 어느 방향으로 규정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그에 따른 업무 중복 문제가 그동안 많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한 측면이 있다고 김 사무총장은 비판했다.
정확한 조사와 통계가 없고, 이에 따라 다문화 정책 서비스에 대한 효과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부처별 경쟁적 행정서비스가 이뤄지는 가운데 중복수혜자들이 넘쳐나는 점 등이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따른 문제점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특정 분야로 예산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관련 예산계획을 보면 전체 예산 1천460억원 가운데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사업이 약 816억원이고, 40만명에 달하는 국내 체류 중국동포에 대한 예산은 1천20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이러한 편중현상은 사업별 담당부서가 분리돼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다문화정책의 불균형 예산은 다문화 사회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차별이나 갈등을 야기하며, 예산 낭비와 국가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독일(연방이민난민청), 영국(국경관리청), 프랑스(이민 통합 국가정체성 및 공동발전부), 캐나다(국적이민다문화부), 호주(이민시민권부) 등 선진국처럼 이민ㆍ다문화 관련 업무를 통합적으로 담당할 기구 설립이 해법이라고 그는 제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홍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이민정책 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이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나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이민정책의 방향을 철학(전략)과 수용능력(사회 인프라), 제도(실천과제) 등 세가지 층위로 나눠 제언했다.
그는 이민정책의 방향을 현재의 선별주의, 동화주의, 온정주의에서 포괄적 개방과 상호 호혜, 보편주의로 전환할 것을 충고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시민 개념을 국적자 중심에서 체류자까지 포괄토록 외연을 확장해 국적자가 갖는 권리와 의무를 구분하되 경제활동에 있어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며 "또 이주민들을 위한 별도의 거버넌스를 지양하고 내국인과 차별 없는 보편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 그동안 정책영역에서 소외됐던 사회적 수용력을 높이고자 ▲순혈주의 극복 ▲외국인 노동력 유입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외국인 정주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실천과제로서 최 사무국장의 주장처럼 이민 관련 정책 거버넌스의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이민청 등 이민정책을 총괄 기획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설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결혼이민자 대책이나 저숙련노동자 중심의 순환인력정책은 이민이란 정책 범주보다는 사회통합정책, 인력수급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이민에 대한 개념을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재정립하고 사회구성 전략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