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정 원장, 건강한 다문화사회…교육이 답이다
2014/04/17 16:29 등록 (2014/04/17 16:30 수정)
▲ 다문화아카데미 이현정 원장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최창원 기자) 지난 11일 완도 국제 해조류박람회에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이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레인보우 합창단은 해조류박람회 뿐만 아니라 G20 정상회담 특별공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축하공연, 여수엑스포 개막식, SBS ‘놀라운 대회-스타킹’에 출연하는 등 이제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합창단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공연을 통해 민간외교사절단의 역할을 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다문화 인식 제고에 앞장서며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레인보우 합창단 단장인 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 원장을 만나 즐겁고 행복한 다문화가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대한민국에서 다문화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당장의 한국어 공부보단 심적 자신감 상승이 우선
- 레인보우 합창단을 시작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다문화 자녀에 대한 사업을 시작하며 만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은 ‘열등하고 아무것도 할줄 모른다’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또한 언어적인 문제점과 더불어 주위로부터의 따가운 시선과 핍박으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결여된 상태였고, 이 아이들에게 당장의 한국어 공부나 문화에 대해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적 자신감을 높여주는 것이 우선이겠다 싶어서 고민하다 합창단을 만들게 됐다.”
- 현재 가장 집중 하고 있는 일은.
“다문화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다보니 이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취업이란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들의 취업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다음달부터 진행되는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건 국가고시인데 시험을 보게끔해서 이들을 관광안내자로 만드는게 올해 가장 시급한 일이다.”
- 지금까지 진행한 것 중 의미가 가장 크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무래도 레인보우 합창단을 다문화사회의 아이콘으로 성장시킨 것을 가장 높이 산다. 처음 사업에 대한 아이템을 구상하며 조사해본 결과, 합창단의 좋은 선례가 있었고 노래가 주는 치유 효과가 딱이겠다 싶어 창단하게 됐다. 이후 합창단을 이끌어오며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많은 보람을 느꼈고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지금까지 합창단을 유지할수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 합창단과는 다르게 다문화아카데미는 국내 인식 제고를 중점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다문화아카데미 원장으로서 다문화 이해 강의를 많이 다닌다. 강의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공무원, 교사, 기업의 CEO 등 사회의 상층을 이루는 부류들의 다문화 인식관이 그리 높지 않은편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다문화사회를 지원하는 분들의 낮은 인식으로 아무리 후원을 해봐야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없고, 그 결과 상생이 아닌 이도저도 아닌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국민인식이란 발판을 탄탄하게 형성하지 않으면 우리사회에서 다문화 구성원들이 일어설 수 없으며 현재 국민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으니 다문화사람들은 계속 어려운 여건 속에 놓여질 것이다.”
▲ 다문화아카데미 이현정 원장 [사진=양문숙 기자]
■ 정체된 삶보단 변화무쌍함을 추구
- 불교방송 아나운서로 20년 재직하다 직장을 옮겼는데 이유가 있는가.
“제 스스로가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의 흥미와 발전이 없이 정체돼있는 것을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어하는 성격이다. 입사 5년차 이후엔 일에 대한 열정이 식는 것을 느껴 아무 대책 없이 나오게 됐다. 퇴사당시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왔지만 변화무쌍한 곳을 좋아하다보니 새로운 것을 찾아 회사를 관두게 됐고 이후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많이 했다.”
“그런데 때마침 다문화가 한국 사회의 화두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고, 아나운서 시절 고령화사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회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지라 뜻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 다문화센터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 센터 설립 이후 센터가 사업을 추진하고 발전하는데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곳 센터만의 이야기는 아니겠다만 한국다문화센터가 비영리단체다보니 재원확보가 역시 큰 문제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에 대해 함께할 뜻이 있는 기업체를 만나서 후원을 통해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하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다문화정책이란 것이 뚜렷하게 있어야지만 정책에 맞게 시민운동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확실한 틀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이 바뀔때마다 우리의 입지가 달라지고 그러한 변화에 이리저리 휩쓸리게 된다. 특히 정치색을 적용해서 구분하고 바라보는 분들이 적지않아 그것을 헤처나가는 어려운 점이 있다.”
-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다문화 자녀들의 학교 이탈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마련돼있지 않다. 이 학생들을 건사할 수 있는 부처가 없고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엇나가게 되고 나쁜 길로 빠져들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될까 걱정이다.”
“정부는 이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살 수 있도록 기술교육을 비롯한 육성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 다문화아카데미 이현정 원장 [사진=양문숙 기자]
■ 스스로 일어서는 자생력이 가장 중요
- 일선에서 다문화 2세 아이들을 많이 만날텐데 어떤 마음이 드는가.
“다문화 자녀들을 만나며 함께 생활하다보니 나 자신이 다문화 구성원으로 이입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직까지도 다문화라서 이런 대우를 받는가 하는 피해의식을 가진 아이들이 많기에 혹시나 이런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을 목격할때엔 내가 앞장서 그들을 위해 대변하고 열변을 토하는 경향이 있다.”
- 아이들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다문화 자녀들과 함께하며 성장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교육이란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를 체감하게 된다. 다문화 자녀 중 이곳에 태어난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자다. 다문화란 타이틀로 힘들어하고 피해의식과 열등의식에 쌓여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손해다.”
“주변의 행복하고 명랑한 다문화가정이 지닌 공통점은 한국인 배우자가 타문화에 대해 굉장히 열린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가정에서 엄마의 말을 배우게 끔 도와줘 2개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 아이들은 훗날 다국어에 능한 인재로 성장한다. 뿐만 아니라 엄마의 나라가 지닌 다양한 잠재력을 통해 외모도 출중하고 끼도 많은 친구들이 많아 이 아이들의 재능이 잘 육성된다면 대한민국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 다문화를 대하는 국내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국인의 인식개선이 일차적인 것이고 이런 것을 해야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정이 바로 선다. 남이란 인식을 가지고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합을 통해 함께 살 수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 다문화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까지 국내의 다문화 인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다문화 구성원 스스로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건강하게 자랄수있는 자생력을 가지려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사회에서의 다문화가족이 받는 피해의식에 젖어있기보다 생활에 대한 의지를 키우고 배우는 자세로 시야를 넓게 가진다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수 있을거라 본다.”
- 최종적으로 바라는 꿈은.
“다문화 대안학교를 설립해 중도입국자녀, 학교를 이탈한 아이들의 공부를 가르쳤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합창단 연습도 진행하며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한 학생들의 쉼터이자 학습의 공간을 마련해 이들의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결국은 교육과 관련된 일,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추후엔 빛을 보게될 교육적인 부분에 많은 집중을 보일 것 같다.”
레인보우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다문화 자녀의 잠재력을 발견한 이현정 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을 올바로 이끌 수 있는 길을 자녀들의 교육에서 찾았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의 무조건식 지원 편성과 집중보다 그들을 이해해 진정으로 해결돼야할 과제가 무엇인지 꿰뚫어 보는 것이 훗날 다문화 사회가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정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 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 원장
2014년 3월 ~ 현재 대통령직속기구 국민대통합위원회 홍보대사
2008년 11월 ~현재 (사)한국다문화센터 레인보우합창단 단장, 다문화아카데미 원장
2008년 ~ 현재 서울디지털대학 교양학과 겸임교수
2007년 2월 ~ 현재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강사
1989년 11월 ~ 2007년 2월 불교방송국 아나운서, 대외협력팀장
이외에 청와대를 비롯한 각 대기업 CEO 조찬강연, 중소기업 CEO 강연 등의 다문화 이해 강의를 실시하고 있으며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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