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 무대는 운동장 가운데. 첫 공연은 다문화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 원형으로 빙 둘러선 30여 명의 합창단은 울긋불긋 색색깔의 외국 전통 복장을 하였다. 첫 노래는 ‘아름다운 나라’

『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밤 달빛에도 참 어여뻐라. 골목골목 선 담장은 달빛을 반기네.』

아름다운 노랫말이 부드러운 곡조와 어우러져 포근한 시골 정취를 풍겨낸다. 어린 꼬마들이지만 관중은 숨을 죽여 한 소절 한 소절을 음미했고, 짜릿한 전율이 가슴을 아릿하게 파고들었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엄마의 나라가 각각 다른 아이들. 그들이 이 땅 위에서의 탄생이, 이 땅 위의 삶이 행복하다고 노래한다. 저 아이들이 만만치 않은 대한민국의 삶을 헤쳐나가며 겪을 풍파를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먹먹하다. “너희는 외롭지 않다.” “너희는 온전히 자라고 든든한 대한민국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고 함께할 사람도 많다.” 이런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힘이 되고 싶다.

아름답고 꿈이 있는 대한민국이 행복하다고 노래하지만 레인보우 합창단에게는 행복하지 못한 현실이 있단다. 바로 합창 연습실 문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서울온드림센터의 연습실을 서울시가 연말까지 비워달라고 했다는 것.

2009년 합창단을 창단한 이후 봉천동의 사찰 부속 건물에 둥지를 틀고 중고 피아노를 들여 놓고 연습을 시작했었다. 처음엔 엄마 손에 이끌려 와 쭈뼛거리며 어색한 첫걸음을 들여 놓았던 아이들. 이젠 훌쩍 실력이 늘어 G20정상회의 공연, 청와대 초청공연을 펼쳤고, 최근 빈 소년 합창단 초청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합창 공연을 함께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에게 합창단은 노래 공연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자신감을 기르는 교육의 터전이 되었다. 연습실은 바로 세상살이 훈련장이었다. 서울과 경기도 등 각지에서 모여 시간을 쪼개며 연습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겐 즐거운 쉼터요 목청껏 외칠 수 있는 자유공간이었다.

스님들이 묵상하며 참선 정진하는 사찰. 재잘거리며 한참 개구쟁이 장난기가 다분한 아이들이 절집 사정을 헤아리기 어디 쉬운가. 다행히 서울시와 자동차회사의 도움으로 삼성동에 있는 서울시 소유의 건물에 둥지를 틀었었다. 하지만 행복감도 잠시였다. 서울시가 자리를 비워달라고 한단다. 다문화 지원정책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과 다른 결정에 당혹스럽다. 연습실이라 해봐야 불과 수십 평을 사용하는 정도일 텐데 이런 결정은 재고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제 다시 철새 마냥 자리를 옮겨야 한다.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레인보우 어린이들. 합창단의 이 고달픈 여정은 어쩌면 다문화 아이들이 겪어야 할 이 땅에서의 고단한 삶의 전조는 아닐까 걱정이 든다.

힘내라 레인보우! 그래도 희망은 있다. 포기하지 않고 달리면 반드시 성취할 날이 올 것이니.

김순택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