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강국 레인보우 코리아 / ＜2부＞ 다문화강국 이젠 실천이다 (10) 좌담회◆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좌담회에서 진영 한나라당 의원, 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부소장(대변인), 김창모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소장, 독일 출신 귀화 방송인 이참 씨,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왼쪽부터) 등이 환담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한국을 찾는 결혼이주자, 취업노동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법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어 이들은 여전히 한국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그늘 속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문화정책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실태와 무관치 않다.

매일경제신문ㆍMBN은 한국의 다문화 실태를 점검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다문화정책 기본법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머리를 맞대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기본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진영 한나라당 의원, 한국다문화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 안산외국인주민자치센터 김창모 소장, 한국 다문화의 산증인인 독일 출신 방송인 이참 씨 등이 참석했다.

―한국 다문화가정의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이기범 교수＝우리 사회는 근대 이후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공존의 경험이 매우 부족했다. 이 때문에 국제결혼, 이주노동자 등의 증가로 외국인이 매년 30%씩 늘어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단일민족에 대한 편견이 곳곳에 남아 있다.

또 국내 이주자들 각자의 처지와 여건을 헤아리지 않은 채 도매금으로 취급하는 고정관념도 큰 문제다.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이 있다면.

▶김창모 소장＝안산은 전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을 뿐 아니라 50여 개국의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언어소통이 안 돼서 겪는 어려움은 물론이고, 생활 정보에 대한 접근도 제한돼 있다. 의료 등 복지서비스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점, 문화적 정체성 혼란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 다문화가정을 이룬 입장에서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보나.

▶이참 씨＝1978년에 한국에 와 1986년에 귀화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 역사상 325번째 귀화였다. 앞선 20년간 300여 명만이 귀화한 셈이다. 그러나 그때부터 올해까지 다시 20여 년간 12만명이나 귀화했다. 한국 사회는 오히려 이른 시기에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빨리 개선되고 있다.

귀화 당시만 해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많았지만 요즘은 부모들도 조건만 맞으면 국제결혼에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선진국의 다문화사회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이기범 교수＝선진국은 차례로 단계를 밟아 지금의 다문화사회에 이르렀다. 법과 정책을 수립하는 주체는 중앙정부이지만 정책이 실제 실현되는 곳은 다문화가정의 삶 속이기 때문에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의 협업(協業)을 중시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대신에 학교와 같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직접 찾아가는 정책을 펼쳤다.

―독일의 경우는.

▶이참 씨＝독일은 이민의 역사가 길다. 지난 1955년 이미 근로자파견협정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미 1964년에 그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이민 3세가 사회에 뿌리를 내릴 정도다.

독일이 잘한 점이라면 처음부터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법적 대우를 해준 점이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보조금이나 복지혜택 등에서 독일인과 차별이 없었다. 이런 부분은 세계 각국에 독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수출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독일은 이민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인색했다. 즉 독일은 이민자 문제를 다문화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들이 독일의 시스템과 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이 때문에 독일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이민자 2세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 최근에 와서야 독일도 다문화사회로 가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민자들이 모국의 문화를 버리는 대신 독일 문화와 접촉ㆍ교류하며 독일 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한국이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앞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공평한 법ㆍ제도를 만드는 부분에서 늦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다문화 포럼`을 열었는데 그 배경은.

▶진영 의원＝언어소통, 교육, 문화, 경제적 궁핍 등 다문화가정이 느끼는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 지원만 해도 10개 이상의 부처에 나눠져 있다 보니 다문화가정이 정부 도움을 받으려면 마치 보물찾기 하듯 찾아가야 한다. 국회 내에서도 정책적 혼란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문화기본법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이 있다면.

▶진영 의원＝우선 난립하고 있는 다문화 관련 부처를 정리해야 한다. 지금은 출입국을 관리하는 법무부가 주무부처처럼 돼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또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 위해선 각종 지원센터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예산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가 포함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 전환이다. 다문화사회를 준비하는 우리의 정신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어떤 정책적 연구를 해야 할지를 독려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김창모 소장＝체류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밀집거주지가 형성되고 있다. 전체 지자체의 10%가 넘는 21개 지자체에 1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안산시 원곡본동만 해도 등록 기준으로 지역주민의 40%, 미등록 불법체류자를 포함할 경우 60%가 외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밀집거주지에는 의료ㆍ육아시설 등 폭넓은 인프라스트럭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고, 그 근거조항이 다문화기본법에 포함돼야 한다. 다문화기본법을 통해 등록주민의 일정 비율 이상이 외국인이면 `밀집거주지`로 지정하고 중앙정부에서 반드시 지원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기범 교수＝다문화기본법의 기본정신은 다문화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문화가정을 도움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출입국은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한편으론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미 국내에 진입한 사람들에겐 차별 없이 기본법의 혜택이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참 씨＝다문화기본법을 통해 주한 외국인, 이주민 등의 정치 참여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외국인에 배타적으로 알려진 일본도 의회에 한국인 재일교포를 비롯해 외국 이민자 출신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우리 의회에는 전혀 없다. 교육 분야도 중요하다. 다문화 2세들은 부모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배우도록 해야 한다. 입학 전 단계에서 이중언어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사회＝이현정 한국다문화센터 부소장

[정리 = 전정홍 기자 / 임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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