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2세 소년ㆍ소녀들이 모여 지난 7월께 창단한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 지난 14일 강원도 낙산사로 2박3일간 합숙훈련에 들어간 이들은 본격적인 합창 연습에 앞서 서로 등을 맞대고 스트레칭을 하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

"들길을 지나 저 멀리 고개넘고 내를 건너 비바람 부는 날에도 달려간다 달려간다~"

들리는 건 새 소리, 바람소리가 전부였던 낙산사 산채에 피아노 반주와 합창곡 메들리가 울려 퍼졌다. `크시코스의 우편마차`라는 이 곡은 밝고 경쾌한 춤곡이다. 조용한 풍경소리 속에 수행을 해야만 하는 스님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어린 동심의 화음을 불경소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내 첫 다문화 합창단 `레인보우코리아 합창단`의 첫 번째 여름 합숙훈련 현장이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개최된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다문화센터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개최한 다문화어린이 낙산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14일 늦은 오후 숙소인 낙산유스호스텔에 도착한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원들의 첫 일정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을 맡은 `우성 스님`과의 만남이다. 중국 출신 다문화 가정 어린이로 자매가 나란히 합숙훈련에 온 현오름(15), 노을(10) 자매는 처음 배운 불교식 합장 인사가 신기한지 계속 "합장합시다"라는 인삿말을 되뇌어 본다.

첫 공식 일정은 종이컵에 겹겹이 오색 꽃입을 붙여 연꽃을 만드는 `놀이`다.

간단한 저녁식사와 연꽃 만들기가 끝나니 벌써 밤 9시가 넘었다. 공식적인 취침시간은 밤 10시.

TV 한 대도 없는 심심하기 짝이 없는 숙소지만 웬일인지 밤 12시가 넘도록 아이들의 방에선 웃음소리와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슬며시 혜중(16ㆍ중국)이네 조의 방문을 열어봤더니 `369 게임`과 베개 싸움이 한창이다.

다음 날 오전 6시. 딩딩. 낙산사의 종소리가 크게 울리자 아이들이 하나둘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한참 꿈나라에 있을 시간이지만 템플스테이의 아침공양(식사) 시간이 오전 6시 30분이기 때문이다. 아침식사 메뉴는 두부, 시금치, 콩나물 등 채식 위주 비빔밥과 미역국이다. 이승연 양(10ㆍ필리핀)은 "음~ 평소에는 야채만 있으면 별로 밥맛이 없는데 어젯밤 열심히 놀아서 그런지 산 공기가 좋아선지 모르겠지만 밥이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본격적인 합창연습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연습 강단에는 벌써 지휘자인 최재혁 선생님(테너ㆍ연세대 강의 교수)과 반주자 선생님, 안무 선생님이 도착해 있다. 레인보우합창단이 본격적인 연습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은 약 한 달 전. 매주 두 번씩 한 번 할 때마다 두 시간씩 진행되는 연습은 초등학생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분량이다.

"`빰빰빰빰 빰빰빰~" 이 리듬 알겠죠? "아이들에게 `최마에` 선생님으로 통하는 지휘자 선생님의 손가락이 분주히 곡선을 그렸다.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배운 곡은 `푸르다` `뻐꾸기`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등 불과 3곡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아직 알토와 소프라노를 완전히 분리해 부르는 법은 터득하지 못해 알토가 소프라노 음을 따라가기 일쑤다.

"신경 안 쓰니 음정이 틀리지." 지휘하던 최 선생님이 옆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자호(12) 앞에 `딱` 섰다.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 자호가 다시 박자와 음정을 맞춘다.

최 선생님은 "가장 힘든 건 전반적으로 나이도 어리고 일부는 한국말도 서툰 어린이들을 연습에 집중시키는 일"이라며 "일부러 엄격하게 가르치고 있는데 신기한 건 그래도 부모 손에 이끌려 오는 한국아이들보다 훨씬 열정적이어서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창단이 가장 아쉬운 것은 인원 부족이다. 제대로 된 100% 화음을 이루려면 적어도 50명 단원이 필요한데 지금은 30명 남짓이 전부다. 비다문화가정 어린이 10여 명을 끼워서 다문화합창단을 만들어 볼까 했지만 포기하고 추가단원을 모집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레인보우합창단의 성공이 꼭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다문화센터 이현정 부소장은 "다문화 합창단은 단순히 노래만 전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성공할 때 다문화가정 2세 어린이들과 그렇지 않은 한국 어린이들 간 문화적 장벽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양양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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