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다 6년 전 한국에 시집와 아이 두명을 키우는 부자콘 화차이야품씨(32·충북 옥천)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이주여성을 한단계 밑으로 보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털어놨다.

자녀 세명을 두고 있는 조선족 최광숙씨(35·충북 진천)는 “열심히 살려고 왔는데 똑같은 이웃으로 대해 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 여건, 부부관계, 시부모 모시기, 의사소통, 자녀양육, 사회적 편견, 힘든 농사 등 다양하다.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470명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이주여성인권백서’에 따르면 이주여성들은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결혼, 가부장적 전통과 인권침해, 경제적 종속성 때문에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결혼=다문화가정의 경우 이주여성과 남편의 관계가 충분한 교제를 통해 애정을 기반으로 한 결혼이기보다 계약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맺어진 인연이 많다. 결혼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주변에서 특정국가 이주여성들이 이혼하거나 가출할 경우 전체적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가부장적 전통과 인권침해=한국의 가부장적 전통에 따른 권위적 분위기와 시댁 중심의 문화로 인해 상처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주여성과 한국 남편간의 나이차가 평균 11살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는 이들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양성평등의식이 발달한 나라에서 이주해 온 여성의 경우 더욱 그렇다. 또 시댁 중심의 질서의식은 종종 이주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방식으로 일상화되는가 하면 폭력으로 치달아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제적 종속성=조사 결과 다문화가정의 절반 정도가 월평균 가계소득이 200만원 미만이고, 이중 상당수는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일 만큼 경제적으로 열악하다. 그나마 적은 수입도 남편·시부모가 관리하다 보니 이주여성들은 경제적으로 남편·시부모에게 매이게 된다.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문화에 익숙치 않은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권미주 한국이주여성센터 상담실장은 “다문화사회로 가는 바람직한 길은 상호주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주=김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