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서·람티 캄씨 부부 (충북 보은)



“엄마랑 함께 있고 싶어요.”

“장난감 사고 맛있는 것 먹을 때가 제일 좋아요.”

충북 보은군 내북면 이원리의 다문화가정 정동서(47)·람티 캄씨(28·베트남)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영주(6·여)와 영진(5)이는 겉모습도 우리와 큰 차이가 없고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게 자라고 있다. 정씨 부부는 아이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견하리만큼 잘 견뎌 와 너무도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자식들을 일반 가정의 자녀들 못지않게 키워야겠다는 부모로서의 의무감 때문이다. 정씨 부부는 두살 때부터 아이를 유아원에 보냈다. 늘 엄마 품에 머물며 정서적 안정을 취하고 엄마와 교감해야 할 시기였지만 이때부터 아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아원에서 머물렀고, 지금도 유치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람티씨는 “지금은 나아졌지만 두세살 무렵에는 병원에 가더라도 어디가 아픈지를 의사에게 설명하지 못해 너무 답답했다”면서 “이제 한국말이 능숙해진 영주는 궁금한 게 생기면 수시로 물어보는데,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가르쳐 주거나 대답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에게 해 주는 간식도 한국의 음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람티씨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종종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줄 간식 만드는 법 등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머지않아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많다. 부모로서 지원해야 할 많은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지 부담이 커져만 간다는 것.

벼농사 1만2,000㎡(약 3,636평), 밭농사 660㎡(200평)에 한우 두마리를 사육하면서 일용직 공무원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양육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정씨 부부는 주변의 다문화가정 15가구와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매월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비슷한 처지의 또래 친구들이 많아 교류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반드시 자녀들을 데리고 참석한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비교하면 벌써 언어능력이나 학습능력, 정체성 형성 면에서 많이 뒤처지는 것을 발견해 안타깝다”는 정씨 부부는 “어른 중심이 아니라 자녀 양육 등 가정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다문화가정 컨설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은=김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