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파를 탄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를 본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프랑스 배우가 주인공 윌리엄역으로 등장했기 때문. 본명이 피에르 데포르트인 황찬빈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순수 프랑스인. 어머니의 나라를 잊지 못해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미녀들의 수다` 출연으로 얼굴을 알린 후 드라마에까지 출연하게 됐다.
다음달 방송될 `하늘이시여` 임성한 작가의 신작 `보석비빔밥`에도 외국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미국인 마이클 블렁크. 국내에서 15년 가까이 거주하며 활약해 온 웨이크보드 선수다. 연기 경험은 부족하지만 매력적인 외모에 탁월한 한국어 실력도 겸비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다문화사회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TV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황금신부` `산너머 남촌에는` 등 드라마가 이주 여성들을 다루긴 했지만 한국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아 연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이제 외국배우들은 직접 연기에 나서고 있으며 시청자들도 그들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은 지난주 말 `외국인 친구와 떠나는 여행 특집`을 진행했다. 인도, 코트디부아르, 미국, 일본 등지에서 한국에 건너와 정착한 학생, 직장인들이 강호동 등 여섯 진행자와 함께 전남 청산도로 여행을 떠났다. 피부색과 외모는 다르지만 바다를 찾은 이들은 함께 한국의 자연을 즐기고 우정을 쌓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이런 바람을 일으킨 원조는 KBS `미녀들의 수다`. 외국인 여성 패널들이 등장해 그들의 시각에 비친 한국 이야기를 들려주며 4년째 인기리에 순항 중이다. 이기원 PD는 "우리 사회는 다인종ㆍ다문화 사회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단일민족을 자부심처럼 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 외국인 100만 시대는 의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수다`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의식 변화를 반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TV 속 외국인의 역할이 여전히 겉돌고 있고 외국인 배우에 대한 연출의 관점도 `주변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외국인을 출연시키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해선 호기심을 넘어 이해와 자연스런 조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 등 해외에선 인종편견적 시각이 강한 `미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없다. 다른 다문화 사회에선 이들을 주변인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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