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출신 이주여성 리나씨 모녀의 상봉기 (반둥=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한국으로 시집온지 9년만에 귀향한 인도네시아 반둥출신의 리나 이차(왼쪽 두번째)씨가 1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동쪽 170km 지점의 반둥시 지비루웨딴 칠러니 리오 와룽 마을에서 어머니 엔다 얏디(가운데) 씨 등 친정식구와 상봉한뒤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은 외가 식구들과의 만남에 신난 표정인 아들 최규호 군. 2009.8.16 duckhwa@yna.co.kr

印尼 출신 이주여성 리나씨 모녀의 상봉기

(반둥<인도네시아>=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쌍앗 쓰낭..단 아깐 쌍앗 린두 쓰갈리(이렇게 기쁠 수가..그런데 언제 돌아가야하는 게냐?)"

"꿈 속에서라도 자주 보고 싶었다"는, 이역만리 머나먼 땅으로 시집간 딸과 9년 만에 눈물의 첫 상봉을 한 어머니 앤다 얏디(59) 씨는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나지 않는다"면서 만나자마자 '이별 걱정'부터 했다.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동쪽 170km 지점의 반둥시 지비루웨딴 칠러니 리오 와룽 마을. '인도네시아 방문 다문화 글로벌 리더십 캠프'라고 적힌 현수막을 건 대형 버스가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10년 남짓 만에 고향 땅을 밟는 딸 리나 이차(39) 씨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9년 만의 친정 방문

그는 자카르타에서 반둥으로 이동 중 "12일 자카르타 공항 도착시에도 엄마에게 집에 간다는 얘기를 못했다"고 말했다.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도 행여 방문 계획이 차질을 빚어 잔뜩 기대한 어머니를 실망시킬까 봐 전화로 "내일 고향에 갈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할 만큼 노심초사해왔다고.

전화할 때마다 우는 어머니에게 리나 씨는 "자꾸 울지 마세요,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이 딸은 이제 잊고 사세요"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들(최규호.의왕시 와촌초 5)을 데리고 종종 걸음으로 10여 분 만에 집 골목에 들어선 리나 씨는 주름투성이인 어머니 얼굴을 보자마자 끌어 안고 한동안 훌쩍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데다 수 년 전 당한 오토바이 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양꼬치 전문점에서 일하며 여동생 젠드라야느(22)와 남동생 기긴 기나잘(고2)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어머니에 대한 애처로움 때문인 듯 했다.

만나자마자 헤어질 걱정부터 한 어머니는 10년 남짓 딸 걱정에 눈물이 말랐는지 눈가만 촉촉히 젖어 있었다. 반면, 일곱 살 때 헤어진 큰누나가 너무 보고 싶었다던 남동생, 또 몸져누운 어머니 대신 PC게임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사실상 생계를 도맡아 온 여동생의 눈물은 이웃 주민들의 눈물샘도 자극했다.

옆집 할아버지 디디 슈르야디(70) 옹은 "리나 애비가 죽은 뒤 식구들이 너무 고생했다"며 안쓰러워했고, 이장(里長)인 은젭 따 땅(50) 씨도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으면서도 종일 일하는 게 얼마나 불쌍했는지.."라며 동정했다.

印尼 출신 이주여성 리나씨 모녀의 상봉기 (반둥=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한국으로 시집온지 9년만에 귀향한 인도네시아 반둥출신의 리나 이차(왼쪽)씨가 1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동쪽 170km 지점의 반둥시 지비루웨딴 칠러니 리오 와룽 마을에서 어머니 엔다 얏디(가운데) 씨 등 친정식구와 상봉한뒤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은 외가 식구들과의 만남에 신난 표정인 아들 최규호 군. 2009.8.16 duckhwa@yna.co.kr

외가에 처음 와 본 규호 군은 마냥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외할머니, 이모, 외삼촌에게 집 근처에 있는 낚시장에 가자며 졸라대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의 축제로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인니친선협회(회장 윤해중 前주인니 대사)측은 반둥댁(宅)의 친정 방문이 가족만이 아닌 와룽 마을 전체의 경사인 점을 고려해 도착 한 시간 전 읍내에서 하차해 순다족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40인분의 음식을 장만했다. 바나나 잎으로 싼 쫑즈와 유사한 전통음식 나씨빔벌, 산적 형태의 쇠고기 조림인 게푹, 구라메 생선 튀김, 닭 튀김 등이 주 메뉴였다.

리나 씨의 친정집 안방 입구에는 신발 20여 켤레가 놓여 있는 등 소문을 듣고 달려온 마을 주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행이 떠날 때에도 어린이 20여명 등 마을 주민 중 일부는 동네 어귀까지 나와 전송했다.친정집은 리나 씨가 결혼하기 전 목포의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벌어 보낸 돈으로 지었다.

리나 씨는 이번 친정 방문길에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모기의 '천적'인 바르는 모기약, 관절염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줄 물파스 등을 갖고 왔다. 한-인니친선협회도 상비약 필요분을 제외하고 의약품을 전해줬다. 리나 씨 어머니는 왼쪽 발목이 약간 휘어진 채 부어 있었다.

리나 씨는 지난 98년 기능공으로 입국해 일하던 중 종교활동을 하다 만난 최 모(경기도 의왕시)씨와 결혼해 4남 1녀를 두었다.

한편, 이번 여행에 동행한 바딱족 출신의 제니타 마누룽 씨는 주민 다수가 '10대 경제 대국' 한국에 시집간 리나 씨가 친정 마을에 무언가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를 동네 어른들에게 들려주었다고 귀띔했다.

"리나 씨가 결혼을 전후해 그동안 용돈을 쪼개 조금씩 돈을 부쳐왔지만 앞으론 힘들거예요. 저는 자식이 하나인데도 살아가는 데 급급하고 있는데 리나 씨는 다섯 아이를 두어 생계는 물론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칠거예요."

◇비동맹 운동의 본산 반둥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섬에 위치한 반둥은 인도네시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다.

이곳은 높은 화산군(火山群)으로 둘러싸인 반둥분지의 중앙 고원지대로 연평균 기온이 22.3℃(자카르타는 32℃)에 불과해 20c초부터 식민 통치(1602-1942)국가인 네덜란드인에 의해 피서지, 휴양지로 개발되는 등 아름다운 근대 도시로 발전했다.

한.인니 친선협회 윤해중 회장 (반둥<인도네시아>=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한국으로 시집온지 9년이 지난 인도네시아 반둥출신 리나 이차씨의 귀향을 주선한 한.인니 친선협회 윤해중 회장이 1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동쪽 170km 지점의 반둥시 지비루웨딴 칠러니 리오 와룽 마을에서 처음 외국사람을 만나 신기해 하는 마을 어린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09.8.16 duckhwa@yna.co.kr

반둥 공과대학과 자바 원인(猿人:피테칸트로푸스에렉투스)의 복원상이 있는 지질조사소, 파스퇴르 전염병 연구소, 파자자란대학 등 저명한 교육.연구 시설이 있고, 남부 지구는 번화한 상업지구이다.

반둥은 특히 1955년 제3세계 국가들인 제1차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비동맹 운동의 본산으로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다.

엄정호(49.ING 인터내셔널 대표) 반둥 한인회장에 따르면 교민 수는 약 900명으로 대부분 섬유를 비롯한 노동 집약적 업종에서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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