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해마다 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민족, 다른 문화를 가진 결혼이주여성과 가정을 꾸리는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재혼한 결혼이주여성이 본국에서 자신의 자녀를 입양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코시안’으로 불리는 이들 입양 자녀들은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과 달리 언어와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정착하지 못한 채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9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제2의 코시안’들은 우리사회의 정책적 배려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사회문제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 CBS는 ‘제2의 코시안’으로 불리는 다문화가정 입양자녀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그 해법을 모색해보는 연속 기획보도를 마련했다.[편집자주]

광주CBS의 연속기획보도 ‘제2의 코시안’ 다문화가정 입양자녀 리포트, 오늘은 첫번째로 ‘제2의 코시안’ 한국생활 르포를 보도한다.

중국 한족 출신인 원융(가명, 17, 남)군은 지난해 7월 한족 출신인 어머니 첸첸(가명, 43, 여)씨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제2의 코시안으로 불리는 원군은 전남의 한 시골마을의 단칸방에서 어머니 첸씨와 한국인 양아버지 김모(56, 남)씨와 살고 있다.

첸씨가 두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김씨와 국제결혼을 통해 재혼하면서 아들인 원군을 입양 절차를 밟아 중국에서 국내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군과 첸씨, 두 모자(母子)의 한국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다.

아버지인 김씨가 양아들인 원군과 함께 사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융이가 맨날 하는 일 없이 TV나 보고 컴퓨터 게임만하고 자기 멋대로 해버리니까 데리고 온 보람이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실망을 많이 해요. 입양은 신중해야 했었다고 후회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부부 관계도 좋지 않다.

김씨는 "아내가 돈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가장 속상하다"며 "돈 때문에 한국에 왔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첸씨는 아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씨와 국제결혼까지 했는데 김씨가 아들을 너무 냉대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첸씨는 "남편이 융이를 너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융이가 나중에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서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말했다.

중국 한족인 어머니가 한국 남성과 재혼하면서 지난 4월 국내로 입양된 류페이(가명, 19, 남)군도 적응이 쉽지 않다.

양아버지와 할머니, 형, 누나 등 한국인 가족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고 어머니마저 식당일 때문에 밤 늦게 퇴근하다보니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국 친구도 사귀지 못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외톨이 신세다.

류군은 "집에서 말 할 사람이 없어 정말 외롭다"며 "외로울 때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통해 재혼한 이주여성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입양 자녀는 최근 몇년 사이 크게 늘어 전국적으로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갈등, 양아버지를 비롯한 새로운 가족들과의 의사소통 단절과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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