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남편은 노는 날이 더 많아요."

2006년 부산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 웬투엉(22·가명)씨. 남편은 공사장 일일노동자였다. 벌이는 한달에 100여 만원. 지난 겨울부터는 일이 없어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올 여름에야 어렵사리 일 자리를 하나 구했지만 장마 탓에 1주일에 3일 이상 일하기도 힘들었다. 웬투엉씨는 한국어가 서툴러 오라는 데도 없다. 친정 식구들과 국제전화하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사례 2 

"이혼하려면, 돈 내놓고 가라."

올해 2월 결혼해 한국에 온 장밍(27·가명·중국)씨. 채소 장수였던 남편은 지난해 10월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다. 한국말을 아주 조금 아는 장밍씨는 식당일을 하면서 80만원 가량을 벌었다. 남편은 이 돈에서 50만원을 가져갔다. 장밍씨가 항의하면 남편은 욕설만 퍼부었다. 장밍씨는 이혼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소개비를 내놓고 이혼하라"고 말했다. 장밍씨는 위자료만 모으면 남편과 헤어진 뒤 한국을 떠날 생각이다.


남편 실직 가정 불화로 이어져

언어벽 여성 취업도 쉽지 않아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다문화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이주여성 관련 단체에서는 남편들의 실직과 이로 인한 가정 불화를 가장 커다란 원인으로 꼽고 있다.

17일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 따르면 상반기 이주여성 상담 건수는 총 3만6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천900여건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이중 이주여성의 취업과 관련된 노동문제 및 남편의 실직 등 생계곤란으로 인한 생활문제 상담은 지난해 1천255건에서 올해 4천894건으로 4배가량 늘었다.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경기불황으로 인해 다문화가정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편을 대신해 생활고를 책임지는 이주여성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주여성들이 취업전선에 나서 보지만 사는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혼을 생각하거나 가출 또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여성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부산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 어울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혼 상담 건수는 전체 상담건수 310건의 20.3%(63건)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이혼 상담 건수도 지난해 상담건수 22건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이혼상담 사유는 지난해의 경우 가정폭력, 문화적 차이, 고부갈등이 많았지만, 올해는 남편의 실직과 생활고 무관심, 배우자의 경제적 무능력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부산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 어울림 이인경 소장은 "현재 일선 이주여성 관련 기관에서 취업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니 이주여성 가구의 생계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실질적인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와 지자체가 다문화가정의 경제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해 정책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대식 기자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