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프랑스 전통장터' (서울=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13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내 청룡공원에서 열린 '프랑스 전통장터'를 찾은 시민들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 이날 수익금 일부는 지역의 저소득 노인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youngs@yna.co.kr

서래마을ㆍ리틀도쿄ㆍ안산 원곡동 등 `외국인 타운'
"세계화.다문화 수용의 매개체 역할"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Cosmetique', `Gourme de coffee', `Attention ecole'...

   서울 서초구의 서래마을은 `프티 프랑스(작은 프랑스)'로 불린다. 마을 입구부터 내걸린 프랑스어 간판이나 표지판은 이곳이 프랑스인 마을임을 한눈에 알게 해 준다. 골목 곳곳에는 프랑스 레스토랑, 카페, 와인샵, 베이커리 등이 들어서 있다.

   국내에 사는 프랑스인의 40%, 600여 명의 프랑스인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 1985년 한남동에 있던 프랑스 학교가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이 자리 잡게 됐다. 이제는 서울의 명소가 돼 디지털카메라를 눌러대는 젊은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곳곳에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사는 외국인만 60만 명을 넘는다. 자연스레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하나둘씩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독특한 문화와 이국적인 풍경은 내국인마저 끌어들인다.

  
◇ 마을마다 독특한 문화적 향기
용산구 이촌동의 `리틀 도쿄'는 일본 거리 같지 않다. `왜색'이라는 비난을 염려한 탓일까, 일본어 간판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충신교회부터 금강병원까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본인의 자취를 조금씩 느낄 수 있다. 이자카야, 로바다야키 같은 일본식 선술집이나 화로구이집을 비롯해 일본식 가락국수, 돈가스 등을 파는 곳이 즐비하다. 일본 상품 전문매장인 모노마트는 한국인에게도 큰 인기다.

   1970년대 외국인 아파트가 생기면서 형성된 리틀도쿄에는 현재 1천500여 가구의 일본인들이 살고 있다.

   인근서 반찬 가게를 하는 이모(53)씨는 "일본 여자들 무척 알뜰하다. `사과 1개, 참외 1개 주세요' 이런 식이다. 다들 상냥하고 친절해 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 마을은 인천시 중구 선린동 일대 차이나타운이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고 이듬해 청국 영사관이 설치되면서 많은 화교가 인천항 근처에 정착했다. 1901년 문을 연 화교학교인 중산학교, 3대째 중국 전통과자를 만들어 파는 `복래춘', 자장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공화춘' 등이 전통의 힘을 느끼게 한다.

   한때 2만여 명의 화교가 살 정도로 번성했던 이곳은 관광특구로 지정돼 옛 영화를 찾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노후화된 공화춘 건물 부지에는 `자장면 박물관'이 세워진다.

  
◇ 장터ㆍ건물ㆍ공단 따라 모여들기도
서래마을과 리틀도쿄는 부유한 외국인이 사는 마을이다. 서래마을은 고급 빌라촌, 리틀도쿄는 아파트촌이다. 내국인에게 인기 있는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온 중국이나 동남아 사람들이다. 일이 있는 곳 근처에서 살다 보니 모여 살기가 힘들다. 이들이 찾는 곳이 바로 장터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매주 일요일 대학로 혜화동성당 주변은 `리틀 마닐라'가 된다. 필리핀인 신부가 주재하는 미사를 보고 장터를 연다. 고유어인 타갈로그어로 얘기를 나누며 고향의 과일과 채소, 생선, 담배 등을 사고판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정겨운 시간이다.

   2호선 동대문운동장역 인근에는 `몽골타워'로 불리는 10층짜리 건물이 있다. 1층부터 10층까지 모두 몽골인이 운영하는 미장원, 음식점, 항공사, 택배 전문점 등으로 가득 차 있다. 몽골인을 위한 `원스톱 빌딩'인 셈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몽골인 절버(25.여)씨는 "화물을 부치거나 몽골 전용 전화카드 같은 것을 살 때 이용한다. 몽골 음식점들이 있어 일도 보고 고향 음식도 먹고 가곤 한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은 국내 최대의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1990년대 인근 시화.반월공단의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들이 메워주면서 외국인 정착촌이 만들어졌다. 원곡동 일대에만 1만 7천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안산역 인근 시장에는 중국,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 등 `다국적 식당가'가 형성됐다.

   외국인이 워낙 많이 살다 보니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주민센터가 생겼다. 나라별 상담원이 배치돼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한국어 교육, 공동체 지원, 무료 진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필리핀 출신의 상담원 마리페(34.여)씨는 "공단 근처다 보니 아무래도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노동 관련 상담이 많다. 외국인이라서 겪는 차별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외국인 정책을 맡은 유재룡 경쟁력정책담당관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수도권 곳곳에 형성된 외국인 마을은 다문화 수용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과 더불어 살고 문화적 교류를 하면서 우리의 세계화 지수도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