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느긋하게 봐야 다문화 문제는 풀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모든 이들이 섞여 화합하려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하나로 녹아들어 갈 수 있습니다."

크리스틴 잉글리스(65) 호주 시드니대학교 다문화·이주 연구소 소장은 "호주는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들이 통합해 구성원이 되려면 사회 문화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며 사회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잉글리스 소장은 9일 오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이대영)과 호주대사관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교육진흥원에서 전국 다문화 교육기관과 단체의 실무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에서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과 호주 다문화 교육 사례'라는 주제의 강연을 한다.

이어 10일에는 안산시가 한양대 게스트하우스에서 여는 '안산 다문화 국제포럼'에 참석해 다문화 가정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한다. 호주에서 태어난 중국계, 터키계 후손이 겪는 '초국적'(transnationalism) 경험을 연구해온 그는 이런 사례를 중심으로 발제한다.

잉글리스 소장은 "레바논 출신이자 이슬람교인 부모를 둔 아이는 호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을 호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서로 포용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것이야말로 호주가 추구하는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다양성은 가정에서 출발하고 자녀가 이어가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호주는 가족 이민을 받아들이고 중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 "호주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이민을 받아들여 인구가 급증했고 그에 따른 혼란도 컸다"면서 "오랜 경험에 비춰 볼 때 사회가 관용을 이루고 화합을 지켜가려면 성인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며 "성인 교육 못지않게 아동 교육도 병행해야 하지만 당장 문제가 닥치면 사람들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기 때문에 사회적 관용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 역시 필리핀계 이주여성이 급증했던 경험이 있다고 소개하며 "그들이 따돌림을 받고 고립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와 후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시민단체와 비정부단체,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필리핀인을 돌보는 가톨릭교회 등 종교계의 후원이 효과를 냈다"고 소개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지적이 한국 사회 일부에서 나온다고 하자 그는 "이주 노동자들 덕분에 오히려 경제가 유지되고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하며 "그런 반감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투자와 노력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문화 때문에 생긴 갈등이나 문제는 느긋하면서도 길게 봐야 빨리 해결된다"며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만 갖춘다면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으로 대표하는 다문화는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yang@yna.co.kr

<실시간 뉴스가 당신의 손안으로..연합뉴스폰> <포토 매거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