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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민족센터는 그 배경과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복수국적 허용' 진단> 특집을 기획, ①국적법 개정: 현황과 문제점 ②전문가들 "대폭 확대해야" ③당사자들의 입장(完)을 출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법무부가 마련한 국적법 개정안의 대강은 3가지이다. 해외입양인, 특별공로자, 외국 인재에게 '외국국적 행사 포기' 각서 제출시 복수국적을 용인하고, 외국 인재는 5년 이상의 거주요건 미충족시에도 국적취득을 허용하며 국적선택 촉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세부 내용은 ▲외국인재 특별귀화제도 ▲귀화자 외국국적 포기의무 완화 ▲이중국적자 용어 변경과 국적선택촉구제 ▲복수국적자 법적지위 규정(국민처우 원칙) ▲복수국적자 관련 통보의무 규정(체계적 관리) ▲국적선택 기간 제한 삭제 ▲국적이탈 신고 의무 규정 수정 ▲국적상실 결정제도 신설 등이다.
◇개정안 개요
'외국인재 특별귀화제도'(제7조1항3호)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ㆍ경제ㆍ문화ㆍ체육 등 특정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고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도 귀화시험이나 의무거주 기간(5년) 없이 특별귀화 자격을 주고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자'와 '특별공로자'에 한해 특별귀화를 허용하고 있다.
'국적취득자로 특별공로자나 우수 외국 인재 요건을 갖춘 자'(제2항2호)와 '국적회복자 중 해외입양으로 국적을 잃은 자'(동항 3호)도 외국국적의 포기 의무를 유보(10조)하게 됐다. 현행법은 '본인 의사에도 불구하고 외국국적 포기가 어려울 때'에만 포기 유보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입양인 등 국적취득자는 국내에서 외국 국적에 따르는 행위(출입국시 외국여권 사용, 외국인 등록 등)를 않겠다는 서약인 '외국국적 행사포기' 각서 제출시 원국적 보유가 가능하다. 국제결혼이나 부모의 외국체류 중 외국 국적취득 등을 이유로 이중국적을 얻은 한국인에게 국적선택의 나이가 지나면 이를 통보하고 1년내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박탈하는 '국적선택 촉구제'도 도입한다.
법무부는 각서 제출 후 위반시 과태료 부과 등 각종 처분으로 실효성을 확보하려고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 위반 정도가 심해 국적보유가 현저히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적상실 결정 규정(제22조1항2호)도 마련했다. 복수국적자가 적대적 행위 등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병역의무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 의무를 고의로 회피한 경우 국적 박탈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다.
정부는 이중국적 문제의 사회적 파장이 큰 데다 대상자들의 기회주의적 행태 등에 대비해 복수국적자가 국내에서 외국인등록이나 외국여권 사용을 금하는 등 편의대로 국적을 바꿔 행사하지 못하게 '국민처우원칙'에 따라 체류질서를 확립할 방침이다. 원정출산으로 외국국적을 얻은 복수국적자라도 외국에서 3년 거주 등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한 일반국민과 마찬가지로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개정안의 문제점
국적법 개정은 세계화, 노동력 이동 촉진, 국제인적교류 증대 등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고 국민통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해외로 입양된 어린이들의 '국적회복' 요구를 수용, 해외 인재 확보를 통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국적이탈을 막고 국가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는 젊은 노동인구의 확보가 국가의 의무인데도 개정안은 국적부여 대상이 지나치게 좁아 단일 국적주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개정안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수국적 문제보다 국익과 국가발전을 위한 외국인재 영입 조치가 핵심으로 국적 부여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단일국적주의 원칙 포기가 아니라 예외적으로 소극적인 복수국적을 허용, 논란을 최소화시키는 데 급급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필요해 유치한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족, 화교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 뒤 "산업연수생이나 숙련노동자를 영입해 이들이 5년 이상 거주할 경우 국적을 주도록 노동법 등 관계 법령을 고치거나 '우수 인재' 범주를 숙련 노동자 등으로 확대"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이중국적요?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자 사치예요.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꾸어주는 등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합니다."
이주노동자 방송국(MWTV)의 아운틴툰(미얀마) 프로그램팀장은 "국적취득 같은 거창한 꿈을 꿀 처지가 못된다"면서 "한국정부가 동포에게 주는 방문취업제나 노동허가제만 시행돼도 무척 행복할 것"이라며 국적법 개정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재 유치의 실효성 및 선정기준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국이민학회장인 이혜경 교수(배재대 미디어정보ㆍ사회학과)는 "외국인 인재 유치에서 더 나아가 재외동포 인재를 영입하고 결혼이민자와 자녀 등으로 복수국적 확대"를 강조했다. 국내 거주 교수나 유학생, 기술자 등 외국인 전문인력은 외국인 총체류자의 3%(3만 4천835명/2009.5 통계)뿐이며 이마저도 62%는 회화지도 교사다. 이 교수는 "국적이 중요 자본으로 인식되는 추세에서 (준)선진국으로 전문인력 유치경쟁에 나선 만큼 이중국적 정책은 동포정책과 맞물려 시행해야 현실성이 있다"며 '동포 우수인재 유치방안'을 제시했다.
워싱턴 D.C. 소재 연구용역회사에 다니는 한 동포 연구원은 최근 우수인력 선정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을 법무부에 제기했다. 그는 Who's Who 등 세계 3대 인명록에 올라 있는 데다 미 영주권 신청시 최상위급(extra ordinary) 인재 카테고리(EB-1)에 들었는데 한국 국적법상의 인재 기준(대학이나 연구소 소속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봉섭 전(前)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은 "복수국적 허용 범위나 기준의 제한시 동포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이중국적 부여 문제가 거주국의 국적법 차이 등으로 인해 동포사회에서 새로운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화된 동포 인재를 과감히 육성, 발굴해 모국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재중동포들은 중국정부가 이중국적을 불허하므로 별도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여러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귀화하지 않고 살아온 재일동포들도 자존심에 대한 훼손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화교들도 "국제화나 화상(華商) 유치 등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복수국적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한다. 탕광유(唐光裕) 한성화교 음식ㆍ숙박업연합회장은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불편함은 차치하고라도 2, 3세대를 뿌리내리며 한국인처럼 살아온 우리의 정체성을 위해서도 복수국적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도 뇌성마비, 소아마비를 앓는 화교들은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다"면서 "지하철도 공짜로 타지 못하는 65세 이상 화교들의 심정은 또 어떠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차규근 국적ㆍ난민과장은 "결혼이민자, 재외동포, 화교에게도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고려해 해외입양인과 외국 인재까지로 국한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 뒤 "국적법 개정과 시행에 따른 추이를 지켜본 뒤 대상의 확대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가 작년 5월 20세 이상 성인 1천4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결혼 이민자에 대한 이중국적 허용' 여부에 대해 44.1%가 '원국적을 포기해야하는 현행제도 유지'를 선호했으며 37.4%는 '결혼이민자에게만 허용시 찬성'을, 12.4%는 '모든 외국인에 허용' 의견을 보였다.
duckhwa@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