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문화센터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차 크다

이주노동자 노동권 인권개선 촉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이상학 기자 = 11일 오전 광화문 정부 청사 앞에서 이주공동행동 주최로 '이주노동자 노동권 인권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09.8.11 leesh@yna.co.kr

"全외국인 대상 '이민ㆍ다문화정책' 시급"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대도시에 사는 분들은 농촌지역의 외국인 범죄 실상을 전혀 모르고있다. 특히 여학생 대상의 XX사건은 정말 심각하다."(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 관계자)

"외국인력 수입시 노동만이 아닌 범죄가담 가능성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철저한 단속 없이 외국인 유입과 범죄율 증대의 상관 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이주노동자 후원 단체 관계자)

법무부는 9월 한 달을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출국 유도와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 캠페인' 기간으로 정하고 노동부, 중소기업청과 함께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달부터 2개월 간은 노동부, 경찰청과 합동으로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임을 최근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04년 8월 고용허가제 시행 후 대거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또 3년 만기의 고용허가제 운영 등을 놓고 정부측은 "외국인 지위가 개선됐다"고 보는 반면 이주노동자들은 "악화"됐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주로 "3D 업종 등에 종사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과 "불법체류자 급증, 치안 악화" 등으로 극명한 대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다문화 전문가는 "정부와 사회 모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2005년 파리 교외의 '인종폭동'을 전후해 독일 등 유럽에서 외국인 대상의 테러 사건이 빈발했던 점을 감안해 적절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 측은 최근 연합뉴스측에 이메일을 보내 지난해 4월 경기도 양주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살해된 여학생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경찰청 자료를 인용, 외국인 범죄율이 크게 늘어나고 흉포화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법체류자(불체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의 최의팔 소장은 21일 통화에서 "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지만 한국인 범죄비율에 비해 적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살해 사건 등 일부 외국인의 범죄가 침소봉대될 경우 미등록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폭력범죄 집단으로 인식되고 자칫하면 일반 국민과 거리감만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소장은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 때 미국인 다수는 가해자인 조승희 씨에 대해 '사회적응 실패' 등으로 동정했던 점 등을 생각해 우리 사회도 우리가 필요해 수입하는 이주 노동자들인 만큼 이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는 등 성숙한 대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의 미누(네팔 출신) 영상제작팀장은 "외국인 범죄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주민과 한국사회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허탈해진다"며 "이런 사건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감 없이 보도하면서 예방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미누 팀장은 "다만, 일부 범법자의 일탈된 행동이 미등록 노동자 모두의 문제로 여겨지거나 '불체자=범법자' 등의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에 대한 입장 역시 극명히 갈리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력을 들여오는 산업연수생 제도(1992년 시행)가 근로자의 잦은 사업장 이탈 등 부작용이 많자 노동권 보호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사업주의 노동권 유린 행위나 임금체불 건수 감소 등 산업연수생의 폐해를 크게 줄였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주노동자노조 측은 "고용허가제는 체류기간 사업장 이동이 3차례로 제한되는 데다 사업주의 승인을 요구함으로써 외국인 근로자가 부당한 대우와 권리 제한에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으며 실직 때 구직기간을 2개월로 제한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를 양산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주노동자영화제 준비 구슬땀 미누대표 (서울=연합뉴스) 내달 8-10일 서울 수송동의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리는 제3회 이주노동자 영화제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주노동자 방송(MWTV)의 상임대표 미누 씨(네팔).

이런 가운데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합법·불법을 막론하고 이주노동자 수급 및 관리 문제 등에 대한 장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결혼이민자 중심의 다문화 정책이 아닌 노동자와 유학생, 동포, 난민 등 재한 외국인 전반을 포괄하는 이민ㆍ다문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고용허가제가 처음 시행된 2007년 12월말에는 국내 체류 외국인 1백66만여명 중 불체자가 22만 3천여명(21%)이었으나 지난해 말 115만 8천700여명중 20만 400여명(17.3%)로, 또올 7월말 현재 115만8천여명 중 18만4천여명으로 15.9%로 집계되는 등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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